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신화적 이야기의 가치
세상에는 수많은 영웅담이 있습니다.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야기는 언제나 단순한 구조를 가집니다. 검을 든 용사와 그를 기다리는 공주. ‘젤다의 전설’은 그 오래된 서사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이랄 왕국은 위기에 처하고 공주 젤다는 매번 사라집니다. 그럼에도 용사 링크는 말없이 검을 들고 길을 나섭니다. 젤다를 구하기 위해서죠. 예측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매번 그 여정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이야기에는 ‘용기'와 '진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 용기, 그리고 누군가에게 구원받고 싶다는 마음. 서로 반대되는 이 두 감정은 우리 마음 속을 울렁이게 합니다. 링크의 모험은 세계를 구하는 여정이면서도 젤다와 ‘서로를 믿는 관계’의 서사이기도 합니다.
젤다는 단순한 희생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언제나 하이랄의 운명을 꿰뚫어보며 끝내 자신이 감당해야 할 길을 스스로 택합니다. 링크가 멋진 이유는 그 믿음을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끝없는 고난에도 링크가 검을 놓지 않는 건 젤다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그녀를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세월이 흘러도 하이랄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입니다. 모든 장면이 반복되지만 결코 뻔하지 않습니다. 그 반복이야말로 젤다의 전설을 신화로 만드는 요소입니다. 그래픽이 바뀌고 시대가 달라져도 우리가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한결같습니다.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젤다를 구하러 가는 링크를 보면 꿈틀거리는 용기가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뻔한 이야기를 여전히 좋아합니다. 이 속에서 사랑 이야기가 보이기도 하거든요. 한편으로는 아내에 대한 저의 모습을 제 맘대로 링크에 빗대어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그녀의 곁을 지키고 아내를 구하고 싶어하는 제 마음과 용기를 링크를 통해서 대신 생각해보곤 합니다. 링크처럼 상대방에 대한 진심만큼은 하늘 꼭대기부터 땅 끝까지 뛰어들 정도로 진심이라는 점도 말이죠.
이번에 나온 신작 젤다무쌍(봉인전기)도 어김없이 매력적입니다. 링크(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오지만..)와 젤다는 늘 같은 자리의 같은 세상 속에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형태가 달라져도 서로가 서로를 믿는 마음의 서사로 남습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제가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장대한 신화가 제 기억과 용기를 계속 일깨워줬으면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