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오기가 없는 현실 속에서...되돌릴 수 없기에 더 진심인 순간들
1.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임 속 세계
게임 속에서 실패는 일상입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보스전에서 쓰러져도 “다시 시작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몇 번 끝에 결국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죠. 그 단순한 구조가 때로는 커다란 깨달음을 줍니다. 현실과 달리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기회니까요. 실제 상황에서는 실수하면 안된다라는 생각에 붙잡여 경직된 채로 살아가지만 게임 세상에서는 "다시 하면 되지"가 기본인 만큼 모든 선택이 덜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게임을 켜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 세계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도 결국 새로운 길이 열리기 때문이죠. 현실의 감정이 게임 속에서 해소되거나 단순한 반복으로 인생을 버텨내는 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2. 현실은 저장이 되지 않는다
세이브 포인트가 없는 현실에서 '불러오기’ 버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의 결정, 관계 속의 말, 그날의 행동 하나하나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남습니다. 게임에서는 실수를 통해 배우고 다시 시도할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그 실수가 흔적처럼 남아 제 삶의 한 부분이 됩니다. 그래서 때로는 리트라이 버튼 하나 없는 세상이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되돌릴 수 없음이야말로 삶의 무게이자 '진짜'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통해 남겨진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해볼 수 없기에 더 조심히 선택하고 더 진심으로 살아가게 됐죠. 완벽히 다시 시작할 수는 없지만 그 무게 덕에 삶은 더 단단해지는지도 모릅니다.
3. 실패를 견디는 법
살아간다는 건 결국 실패를 견디는 일입니다. 몇 번이고 시도할 수 있는 게임과 달리 현실에서는 실패한 자리 그대로 앉아 그 결과를 마주해야 합니다. 그 잔인함 속에서 사람은 조금씩 자랍니다. 게임의 재도전은 ‘도전’을 뜻한다면, 현실에서는 ‘수용’에 가깝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다시 방향을 찾아나가는 일. 그것이 현실 속 재도전의 형태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붙잡고 오래 괴로워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때의 실패가 지금의 판단력을 만들어주었고 그때의 후회가 지금의 감정을 단단하게 다듬어주었습니다. 즉 현실에서의 실패가 다음 삶의 기초가 되는, 실패가 곧 성장이라는 뜻입니다.
4. 게임이 주는 위로
그래서 게임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속에서만큼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됩니다. 세이브 파일을 여러 개 만들어두는 버릇도 어쩌면 게임 속에서의 실패도 부담되기 때문이죠. (아무리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해도 실패는 언제나 피하고 싶습니다.) 세이브포인트가 늘어날 수록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여전히 컨트롤러를 쥐며 ‘이 세계에서는 괜찮다. 이번엔 더 잘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게임 속 리트라이는 결국 현실의 저를 위로해주는 메시지입니다.
5. 저장되지 않아도 남는 것들
게임에서는 저장하지 않으면 기록이 사라지지만, 현실의 경험은 세이브하지 않아도 '몸'이라는 영구저장매체에 남습니다. 실패의 순간, 부끄러웠던 기억, 감동의 찰나들이 모두 제 안에 쌓입니다. 그렇게 쌓인 기억들은 데이터보다 오래 지속되고 더 생생하죠. 리트라이가 없다는 건 반대로 생생함을 간직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완벽히 기록되지 않아도 괜찮고 복구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그 시간들이 제 안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니까요. 세이브 파일 대신 남은 그 순간들의 감정과 기억들 덕분에 '재시도 버튼'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 경험들이 다시 나를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6.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릴 적에는 언제든 ‘다시 하기’를 누를 수 있는 세상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리트라이가 없기에 매 순간을 조금 더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기에 한 번의 대화, 한 번의 결정에도 마음을 담게 됩니다. 리트라이가 없는 현실은 불편하지만 그 불완전함 덕분에 삶은 더 뚜렷해집니다. 어쩌면 리트라이가 없는 세상이라서 우리가 더 치열하게 살아가고 더 간절히 하루를 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완벽히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사실이 하루하루를 더 귀하게 만들어주는 아이러니랄까요.
7. 인생에는 세이브 포인트가 없지만
불완전함이야말로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듭니다. 되돌릴 수 없기에 우리는 배우고 잃어버렸기에 더 소중하게 기억합니다. 게임처럼 다시 시작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매일 ‘다시 살아볼 수는’ 있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 무게 덕분에 우리는 성장합니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출발이 되고, 어제의 후회가 내일의 더 나은 선택을 고르게 해줍니다.
저는 이제 리트라이를 ‘다시 시도’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로 생각합니다. 후회가 남더라도 실패한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 그것이 현실의 리트라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임에서는 경험치를 쌓아 능력이 오르듯, 현실에서도 실패가 쌓이면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집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살아갑니다.
“재도전이 불가능한 세상에서, 우리는 더 생생하게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