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삶을 경험해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 '게임'

수많은 선택지를 경험시켜준 게임으로 알아본 '선택의 의미'

by 유앨런

1. 선택지 앞에 선 나

게임을 하면 언제나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합니다. ‘예’ 혹은 ‘아니오’를 고르는 짧은 순간에서부터, 어떤 동료와 끝까지 함께할지, 혹은 누구를 배신하고 누구를 지킬지 같은 큰 선택에 이르기까지. 화면 속에서 마주하는 선택들은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아니라, 제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통로가 됩니다. 현실에서는 단 한 번만 내릴 수 있는 결정도, 게임 속에서는 여러 갈래의 길로 다시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선택지들을 오가며 삶의 다른 가능성들을 미리 탐험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인생이 오직 하나의 길만 허락한다면 게임은 그 모든 길을 미리 걸어보게 해주는 '유리구슬'과 같았습니다.


2. 변호사가 되어본 순간들

실제로 법조인의 길을 가볼수 없지만 게임 '역전재판'을 통해 변호사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했습니다. 법정에서 증거를 꺼내들고 논리를 쌓아가며 의뢰인을 구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현실에서는 결코 맛보기 어려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의있소!” 외침과 함께 분위기가 반전되는 순간 화면 너머의 저조차 숨을 죽이고 몰입했습니다(게임 속 법정과 실제 법정이라는 완전 다르겠지만요...). 현실의 저는 회사원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사람들의 삶과 운명을 바꾸는 변호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경험, 정의를 세운다는 뿌듯함은 가상의 공간임에도 제 마음에는 현실처럼 진하게 남았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진로를 게임이라는 세계를 통해 경험했다는 건 삶을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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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장의 참혹함까지

전쟁의 차가운 현실에 대해서는 '콜 오브 듀티'가 열어주었습니다. 게임 속 저를 잠시 군인의 길로 이끈 콜 오브 듀티 세계관에서는 총성이 울려 퍼지는 전장에서 뛰어다니며 동료를 구하고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했죠. 게임은 현실을 잘 고증한 액션으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그안에는 전쟁의 참혹함도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동료를 잃고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남는 상실감은 단순히 점수나 승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게였습니다. 세계대전을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게임 속 체험을 통해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상처와 두려움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 속에서 건조하게 읽히던 전쟁이 제 손가락 끝에서 현실처럼 무겁게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4. 리더의 자리에서 배운 것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에서 공대장을 맡았을 때도 배움이 있었습니다. 군단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 확장팩에서 공격대를 운영하면서 저보다 스무 살 많은 이들과 함께 전략을 짜고 실시간으로 협력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시작했지만 수십명의 공대원을 이끌며 일정을 조율하고 전략을 짜고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때로는 사람들간 다툼을 해결해야 했고 또는 실패를 반복하는 팀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단순한 게임 속 공대장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를 책임지는 리더가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현실에서 제가 팀장으로서 팀을 이끌 때도 고스란히 적용됐습니다. 게임 속 경험이 기반이 되었기에, 그속에서 배운 책임감과 협력의 의미는 현실의 저를 단단하게 만든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5. 지리를 배우고, 세계를 품다

게임은 지식의 문도 열어주었습니다. 게임 '거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지리를 익혔습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두지 않던 도시 이름과 지명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어린 시절 이 게임 덕분에 한국 전역의 지역명을 다 알 수 있게 되었고 나중에 수능을 볼 때 남들보다 손쉽게 1등급을 달성할 수 있었죠. 또 게임 '대항해시대'는 제 머릿속에 세계지도를 그려주었습니다. 항구마다 다른 문화와 물자, 바다를 건너 만나는 새로운 도시들은 단순한 게임 데이터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이 되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지리와 역사가 게임을 통해 살아 움직이며 다가온 덕분에 가보지 않은 세상조차도 친숙하게 느꼈습니다.

6.PNG 초등학생이 목포, 순천, 여수가 어딨는지 알고 문경이 안동 옆에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게임 '거상'

6. 플레이 해본 게임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선명해진다

이렇게 다양한 게임을 경험할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습니다. 마치 카메라의 화소가 업그레이드되듯 인생의 풍경도 게임을 통해 더 또렷하게 담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나의 장르, 한 세계만으로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던 삶이 여러 갈래의 선택지를 체험하면서 차츰 입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RPG에서 동료를 잃는 순간의 슬픔, 전쟁 게임에서 느낀 긴장감, 전략 게임에서 배운 협력과 리더십, 모두가 모여 현실을 바라보는 제 감각을 확장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게임을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제 인생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종합문화예술'이라고 부릅니다.


7. 살아보지 못한 삶의 조각들

누구나 현실에서는 단 하나의 길만 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통하면 수많은 삶의 조각들을 잠시나마 살아볼 수 있습니다. 변호사, 군인, 전쟁군주, 상인, 항해사… 현실에서는 접하기 힘든 세상도 게임 속에서는 모두 제 삶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작은 체험들이 제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해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여전히 회사원으로 살고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다른 직업과 선택을 체험해본 사람처럼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게임은 그렇게 또 다른 나를 살아보게 만들었고, 그것이 모여 지금의 저를 더 입체적으로 빚어주었습니다.


fin. 또 다른 삶을 가능하게 한 게임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닙니다. 선택하지 않은 삶을 체험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인생입니다. 덕분에 저는 더 많은 가능성을 품을 수 있었고 현실을 살아가는 눈도 더 선명해졌습니다. 칠할 수 있는 색깔이 파레트에 많아질수록 그림이 다채로워지듯, 게임의 경험이 늘어날수록 제 삶의 풍경도 더욱 선명해집니다. 저는 여전히 현실을 살고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게임 속 삶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은 조금 더 풍부하고 조금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또 다른 선택지를 보여줄 새로운 게임을 기다릴 것입니다. 언젠가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 위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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