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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Sep 06. 2023

정치 대 문학: 『걸리버 여행기』에 대하여

< 나는 왜 쓰는가 > - 서평 및 인물 비평/조나단(조너선) 스위프트

Politics vs. Literature: An examination of Gulliver's Travels

1946년 <폴레믹>지 9~10월 호에 게재한 글이다.

오웰이 여덟 살 생일 선물로 받고서 6번 이상 읽었다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 걸리버 여행기』(1726)에 대한 평론. 오웰은 이 글에서 스위프트에 대해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흠모하는 작가이며, 만일 모든 책들 다 버리고 단 여섯 권만 남겨야 한다면, 그에겐 그중 한 권이 『걸리버 여행기』가 될 것이라고 고백한다.


1. 첫 문장(p301)


『걸리버 여행기』에서 인간은 적어도 세 가지 각도에서 공격 또는 비판을 당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걸리버의 성격 자체가 조금씩 변한다.


2. 마지막 세 문장(p329)


스위프트는 정상적인 의미의 지혜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강렬한 비전은 확실히 갖고 있었으며, 그것은 숨겨진 진실 하나를 골라내어 확대하고 비틀어서 볼 줄 아는 능력이기도 했다. 『걸리버 여행기』가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작가의 세계관이 온전함이라는 기준을 겨우 만족시키는 수준일지라도, 작가의 확신이 뒷받침해 준다면 위대한 예술 작품을 충분히 낳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3. 조지 오웰이 말하는 『걸리버 여행기』에서의 인간의 세 가지 각도(p301~302)


1부: 전형적인 18세기 항해자 - 대담, 실용적, 비낭만적 / 분별 있어 보이는 걸리버

~ 그의 수수한 면모는 교묘하게 독자들의 인상에 남는데, 그 장치는 도입부의 자세한 전기적 설명, 그의 나이, 그의 주머니에 든 이런저런 물건들 특히 여라 차례 등장하는 안경이다.

2부: 백치 같은 성향 / 이따금씩 어리석어 보일 필요가 있는 걸리버

~ 비슷한 성격을 보이나, 이야기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순간순간 '예술과 군사력의 여왕이자 프랑스의 재앙인 고귀한 우리 조국'이니 뭐니 하는 자랑을 늘어놓는 동시에 자신이 사랑한다고 공언한 조국에 관한 온갖 수치스러운 사실을 누설한다.

3부: 신분 상승한 듯한 인상

~ 1부와 상당히 비슷하나, 주로 궁정인 들이나 학자들하고만 어울리기 때문에 신분이 상승하기라도 한 듯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4부: 인류에 대한 혐오감, 비종교적 은자로 변함

~ 인류에 대하여 앞에서 분명치 않던 혐오감을 품게 되며, 바라는 것이라곤 적막한 곳에서 휴이넘인의 덕에 대한 묵상에 전념하는 것 하나뿐인 일종의 비종교적 은자로 변해버린다.


4. 기억에 남는 구절 (p329)


작가의 관점은 정신건강 차원의 온전함, 그리고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는 힘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 이상으로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재능일 것이며, 그것은 확신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 읽고 난 후~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며 다소 어려웠다. 우선, 그 당시 정치적인 배경을 모르고 읽었던 상황이라 무슨 소리인지 잘 몰라 여기저기 자료 검색을 참고해 읽었던 기억이 났다. 오웰이 여섯 번이나 이 책을 읽었고 인생 책 중 한 권이라 하니 다시 읽어 봐야 하는 생각이 강해졌다. 책 읽는 독자라면 한 번쯤 '서평'이라는 것을 적었을 텐테, 과연 오웰만큼 이렇게 분석적으로 보며 쓰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만큼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날카롭게 잘 분석한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 << 걸리버 여행기 >> 초판 -






남다른 그림책 큐레이션


오웰이 말하는 작가의 관점이 어쩌면 걸리버가 거인이 되었다고 소인이 되었을 때 느낀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힘에서도 양면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긍정과 부정적인 생각, 부정과 긍정적인 생각.

그래서 다음과 같은 그림책을 큐레이션 해본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세르히오 라이를라 (지은이), 아나 G. 라르티테기 (그림), 남진희 (옮긴이) 살림어린이 2017-01-17
원제 : El libro de la suerte
- 출처: 알라딘 서점 -


<< 행운을 찾아서 >> 그림책에서는 너무도 다른 성향의 두 주인공이 각자 같은 여행지를 향해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래서 책 앞, 뒤 표지에 성향이 다른 두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했다.

앞표지에는 행운 씨의 여행을, 뒤 표지에서는 불운 씨의 여행이 펼쳐지는데 앞으로도 읽고 뒤로도 읽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둘은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다. 우연히 동시에 휴가를 가는데 목적지가 같다. 똑같은 상황을 맞지만 문제를 대하는 자세는 전혀 다르다. 이 책은 '운'을 행운으로 바꾸느냐 불운으로 바꾸느냐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그것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독자에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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