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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Oct 10. 2023

단풍

< 단풍에서 배울 점 >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

제 삶의 이유였던 것 / 제 몸의 전부였던 것 /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도정환 시 '단풍 드는 날' 일부)


나무가 제 삶의 이유이자 몸의 전부였던 것을 버리는 시기, 그 과정에서 초록색 잎사귀가 황홀한 빛깔로 물드는 단풍철이 왔다. 붉은 단풍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낙엽수는 일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동물이 겨울잠을 자듯 나무도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으면서 초록색 색소인 엽록소가 자가 분해된다. 단풍나무는 빨간색을 내는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새로 생겨 나무에 있는 당과 결합해 붉은색 옷을 입는다. 안토시아닌은 당이 많을수록 더 붉은 기를 띠는데 일교차가 클수록 당이 이파리에 많이 머물게 된다. 일교차가 크면 단풍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나무에 따라 노란색 '크산토필' 오렌지색 '카로틴' 갈색 '타닌'이 당과 결합해서 색색으로 물든다.


산 전체로 보아 정상에서부터 20% 정도 단풍이 들었을 때를 '첫 단풍'이라고 한다. 

지난 1일 설악산에서 첫 단풍 소식이 들려왔다. 중부 지방은 오는 19~20일, 지리산과 남부 지방은 20~26일 첫 단풍이 예상된다. 단풍 절정은 산 전체에서 약 80% 단풍이 들었을 대로 보통 첫 단풍 2주 정도 후에 나타난다. 설악산은 10월 23일, 내장산은 11월 6일로 예측됐다. 단풍은 하루에 20~25km 속도로 남쪽으로 이동해 설악산과 두륜산의 단풍 시작 시기는 한 달 정도 차이가 난다. 평지보다는 산,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 음지보다는 양지바른 곳이 단풍이 더 아름답다. 불국사, 남이섬, 화담숲, 남산둘레길, 서울숲, 관방제림, 경복궁, 창경궁 등도 단풍 명소다.


자연은 소중한 것을 버려야 할 때를 안다.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찬사를 받는다. 사람은 아낌없이 던져야 할 때를 잘 모른다. 알아도 잘 실천을 못한다. 하나둘 물들어가는 단풍에서 배울 일이다.

(국민일보 칼럼: '단풍' - 한승주 논설위원 / 2023년 10월 7일)




어릴 적부터 여름 무더위로 지칠 때 어른들은 추석만 지나면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불다 가을이 온 것을 느낀다고 종종 말한다. 그 말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그만큼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아침저녁은 시원하면서도 조금은 쌀쌀한 공기로, 한낮에는 덥다고 느낄만한 날씨가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이럴 때 옷 입기가 참 난감하다. 지금도 여름옷을 옷장에 넣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매일 지나가는 길에 놓여있는 나무를 보면 자연의 신비를 실감한다. 천천히 물들어가는 단풍잎이 있는 반면, 벌써 땅으로 떨어지는 낙엽도 보인다. 


10월 1일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이제 곧 단풍 숲을 뉴스로 사람들의 등산복 차림으로 가을절정을 맞이할 것 같다. 단풍시기는 약 2주이기에 그 사이 단풍구경 가려는 사람들이 참 많다. 매번 단풍구경가야지하다 시기를 놓친 적이 여러 번이라 그러고 보니 결혼하고 제대로 단풍구경을 간 적이 없다.

대학시절 부석사 노란 은행잎을 구경한 것과 아이들이 무척 어릴 때 전주로 가서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 근처에서 낙엽을 마구 날리며 웃었던 기억만 남아있다. 매번 가을이면 올해만은 꼭 단풍 구경을 가야지하며 다짐하는 나를 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무척 예뻐진 가을 하늘을 보며 올해는 꼭 단풍 구경을 갈 거라며 다시 한번 더 다짐해 본다.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부석사나 울긋불긋한 단풍잎들이 많은 경주, 혹은 아이 시험이 끝나면 아름다운 색으로 덮인 경복궁을 가고 싶다는 생각 하니 금세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 단풍 나무 -

나무가 제 삶의 이유이자 몸의 전부였던 것을 버리는 시기가 단풍철이라면 우리는, 나는 언제일까?

자연은 소중한 것을 버려야 할 때를 안다고 했다. 사람은 아낌없이 던져야 할 때를 잘 모른다고 했다. 알아도 잘 실천을 못한다고 했다. 부모입장에서는 소중한 것을 버려야 할 때가 자녀일지도 모른다.

아장아장 걸으며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걸었던 아이들이 어느새 청소년이 되어 함께 하는 것을 그렇게 반가워하지 않는다. 예민한 청소년시기이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혼자의 시간을 즐기거나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게 속상할 때도 있지만 내 어릴 적 시절을 생각하며 천천히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같이 가려고 계획 잡은 일정을 이제는 나 혼자 갈 수 있는 일정으로 바꾸어 실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씩 놓으니 서운한 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 시간이 생긴 것 같아 즐기는 중이다.


꼭 소중한 것이 아니더라도 버려야 할 때는 많다. 집안에 수북이 쌓여있는 잡동사니들을 버리려고 큰맘 먹으면 나도 모르게 이런 이래서 안 버리고 저건 저래서 안 버리니 도통 줄어들지가 않는다. 찬사를 받으며 떨어지는 단풍처럼 나 또한 찬사를 받지 않더라도 자질구레한 것들은 이제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며 큰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사러 가기 위해 일어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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