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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Jan 14. 2024

쓰는 독자의 시대

글쓰기 독자가 많아진 시대 - 너도 나도 책 쓰기

'독립출판'은 201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개인 제작자들이 소량으로 제작하며 대체로 ISBN이 없는 책을 지칭하던 '독립출판'은 10년이 훌쩍 넘어가며 훨씬 넓은 영역과 의미로 확장되었다. 그렇다면 그전 시대에는 '독립출판'이 없었을까? 개인 또는 소규모가 책을 제작한다는 의미에서 바라보자면 그렇지 않다. 책을 쓰거나 만드는 작은 움직임은 꽤 오랜 시간 이어져 오다 '독립출판'이라는 큰 흐름으로 합쳐졌을 뿐이다.


새해가 되며 문득 전공과도 무관한 이 장르를 업으로 살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대학교 졸업 작품집 제작을 위한답시고 터무니없는 회비를 모으는 관례에 오기가 생겨 직접 만들겠다 큰소리쳤던 그때일까.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 시험공부를 한답시고 열람실에서 이 책 저책 뒤적거리는 걸 좋아했던 중학생 시절일까. 그것도 아니면 집에 유일하게 존재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테이프가 끊어질 때까지 돌려봤던 미취학 아동 시기일까.


여전히 책방과 출판은 어려운 것투성이고, 수습하기 급급하며, 한없이 부족하고, 매일 배우느라 바쁘지만 그럼에도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얕은 전문가 흉내를 내보자면 지금은 '독립출판'의 시대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구독자를 직접 찾아 나서는 '일간 이슬아'로 기존 출판계를 뒤흔든 이슬아 작가를 전후로 보수적인 출판시장은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으며,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제작하거나 소비했던 독립출판물은 점점 넓은 연령대와 다양한 목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온라인 인쇄소를 통해 소량의 책 주문이 가능해진 기술적인 흐름개인이 출판사를 등록하는 게 어렵지 않은 사회적인 흐름도 밑거름이 됐다. 2024년 1월(현재) 기준으로 출판사/인쇄사 검색 시스템에 등록된 영업 중인 국내 출판사 수는 106,243개이며, 그중 광주광역시는 1,752개에 달한다. TV 앞에 앉아서 리모컨을 누르며 프로그램을 고르는 것에서 벗어나 유튜브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기 방송을 만드는 것처럼, 단순히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에서 벗어나 자기가 원하는 책을 만드는 시대에 도래했다는 뜻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본인만의 콘텐츠로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글과 책이라는 콘텐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매해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수치가 책 판매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책 판매만으로 작은 책방이 운영되기 어려운 것은 매한기지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자면 책방에는 책을 사러 오는 손님보다 책을 만들고 싶어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훨씬 많다.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읽는 독가자 아닌 쓰는 독자의 시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쓰는 독자의 시대라고 도깨비방망이처럼 책 한 권이 뚝딱 생겨나지는 않는다. 기록해야 글이 되고, 글이 쌓여야 책이 된다. 책은 온전한 원고 없이 탄생할 수 없는 법이다. 어떤 것을 기록해야 할지 고민하고 쓰고 다듬어가는 인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최소한 '나'라는 독자는 설득해야 한다.


수요보다 공급인 지금의 시대를 환영한다. 어찌 됐든(어떠한) 독자의 시대가 있어야 책이 존재할 테니까. 자기만의 책을 위해 삶을 돌아보고 고민하고 의미를 발견할 테니까.

(청년칼럼: 쓰는 독자의 시대-양지애 독립서점 및 독립출판사 대표)


21세기에서 추구하는 직장은 나 스스로가 1인 기업이 되는 것을 선호한다.

언제가부터 언론이나 온라인에서는 1인 브랜드, 콘텐츠 시대라고 하며 사람들을 부추겼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해야 한다는 세상 흐름에 타인 반 자의 반으로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여기서 한 가지를 제안한다. 1인 브랜드를 조금 더 빠르게 활성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책'을 만들어 출간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 종이로 나누었던 명함은 이제 별 쓸모가 없어졌다. 검색에 내 이름 석자를 넣거나 내 콘텐츠를 넣어 검색이 된다는 사람들은 다르게 바라본다. 거기에는 많은 SNS 영향도 있지만 '작가'가 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능 있다며 유혹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싶어 더 많이 쓰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칼럼 저자처럼 예전보다 책 쓰기에 있어 문턱은 정말 많이 낮아졌다. '작가'라는 직업이 예전에는 다가가기 힘든 시기였지만 지금은 돈 백만으로도 책 출간하며 마케팅까지 할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당연한 것으로 되어버렸다.


누가 그랬다. 책 읽는 사람들의 속마음에는 글을 써서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출간하고 싶다는 욕망이 담겨 있다는 것을. 브런치 작가 또한 모두가 바라는 바가 아닐까. 내가 처음으로 출판에 대해 놀랐던 점은 북페어에 가 본 경험이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서울에서 첫 행사한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어마어마한 정말 많은 출판사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출판사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존재했다. 대형 출판사는 큰 자리와 함께 북토크와 사인회가 열렸지만 독립출판사나 작은 출판사들은 이름부터 알리기에 바빴다. 그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세상일이 참 쉬운 것은 아님을 한 번 느꼈다. 

 

그림책을 계속해서 읽거나 책을 읽다 보면 '나도 그림책을 쓰고 싶다' '나도 책을 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공동 그림책이나 공동 에세이를 쓰고 나면 주변에서는 한 술 떠서 권한다. 이번에는 다음에는 자신의 이름만으로 되어 있는 책을 내보라고. 단지 내 이름을 책을 내고 싶었던 아마추어 작가들은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내 이름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기쁨을 만끽했는데 이제는 혼자된 이름으로 책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필자가 말하듯, 정말 많은 독자들이 책 읽기 독자에서 쓰기 독자로 바뀌고 있다.

뉴스에서는 한국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독서모임'이라는 단어로 검색만 해도 출판사만큼 수많은 온라인 독서모임과 대면 독서모임이 넘쳐난다. 어쩌면 쓰는 독자의 시대인  만큼 경쟁하듯 독서모임 시대이기도 하다. 그림책 모임에서도 일반 책 독서모임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심은 불타오른다.

순수하게 성장을 위해 읽는 독서가 아닌 내 콘텐츠를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만큼 1인 브랜드이자 콘텐츠 경쟁은 고3입시만큼 치열하다.

그러기 위해서 독서는 필수이며 쓰기 또한 필수가 돼버린 시대가 되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일반화가 되듯 어쩌면 '작가'라는 호칭 또한 일반화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글쓰기는 쉽지 않다. 어떤 것을 기록해야 할지 고민하고 쓰고 다듬어가는 인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나'라는 독자를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집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면 독자의 시대, 쓰기 시대가 꼭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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