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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Oct 30. 2023

길 위의 모터사이클

< 모터사이클로 세계일주 한 최초 여성 > 시작에 대한 용기

빠라빠라 빠라밤

코로나로 한 동안 조용했던 한 밤의 거리는 모터사이클의 요란한 소리로 정적을 깨웠다.

예전에 비하면 잠을 깨우는 소리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한 번씩 '나 여기 있소.'라고 비명을 지르듯 경적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한밤중에 경적을 울리는 것일까.


모터사이클하면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어릴 적에는 모터사이클이라는 낱말보다 '오토바이'가 낯설지 않았으며 최초로 오토바이를 타고 날라리 불리는 사람을 목격한 후 아직까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 아빠와 함께 번화가로 간 적이 있다. 집에서 거리가 좀 있는 곳인데 거긴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입소문이 난 곳이기도 했다. 어린 나에게 그곳은 다른 세계 같았다. 저녁이 되자 화려한 조명이 누가 더 밝게 비추나 내기하듯 빛을 쏟아내는데 여기가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밤하늘에 쏘아내는 네온사인이 덮칠까 봐 아빠 손을 꽉 잡고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때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한 대가 보였다. 아주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낯선 모습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개종한 듯한 오토바이 위에는 헬맷을 착용하지 않은 젊은 청년이(청소년처럼 보였다) 빨주노초파남보 색으로 물든 짧은 머리를 한 채 괴상한 소리와 함께 아주 신나 보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염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 머리에 다양한 색으로 물들인 그들 모습이 무섭게 다가왔다. 아빠에게 어서 집으로 가자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무엇을 원했던 걸까? 어쩌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라도 일탈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하진 않았을까.





안느 프랑스 도스빌.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 일주를 한 최초의 여성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녀는 글을 쓰고 싶었고 돌아다니고 싶어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를 다녀왔다.

모터사이클에 의지한 채 세계를 여자 혼자 여행한 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편견을 뒤로한 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실행하였다. 그 결과 캐나다, 인도, 아프가니스탄, 터기,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지금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 이름이 없다),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등 다양한 나라를 가보고 그곳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고 아름다운 곳이 많음을 느끼고 돌아왔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진한 분홍빛, 붉은 노을빛 석양 사이로 보이는 당당한 안느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게 된다.

그녀는 무엇을 위해 모터사이클을 타며 세계 여행을 떠난 것일까? 생각보다 짐도 많이 싣지 않고 떠난 모습에서 그녀의 다부진 결심이 더 느껴진다.

1970년대만 해도 여성의 이미지는 지금보다 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디서 여자가 감히!' '여자 혼자?'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았고 안나 역시 안 된다라는 소리를 주변에서 듣게 된다. 안느라고 갈등이 없었을까?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 소리에 귀 기울였다.

가, 가라고.

그리고 그녀는 용기 내어 자신이 원하는 곳을 향해 모터사이클과 함께 출발하였다.

이 이야기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혼자서 세계 일주를 한 최초의 여성 안느 프랑스 도스빌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그녀는 여행하고 글을 쓰기 위해 파리를 떠났다.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세상을 구경하길 원했다. 4개월 동안 파리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타이어 펑크, 넘어짐, 여러 번의 고장, 위험한 폭풍 등 수많은 모험을 겪었지만 가는 곳 어디서나 아름다움과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죽옷, 헬멧, 실크 스카프,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눈 화장을 한 채 여행을 한 그녀는 여성 최초 모터사이클로 세계 일주를 한 여성이 되었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욕망만으로는 살아가기에는 방해물이 너무 많기에 쉽게 포기한다.

안나 프랑스 도스빌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 여행으로 자유를 찾았다면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누군가에게 보란 듯이 자유를 누리는 것보다 소소한 작은 일에서도 얼마든지 자유롭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며칠 전 읽었던 리처드 바크의 << 갈매기의 꿈(완결판)>>에서 자유를 향해 날아가던 조나단(조너선) 모습이 떠오른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하지만 이 문장을 조금 비틀어 보았다. 과연 가장 높이 난다는 기준은 무엇이며 가장 멀리 본다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

말 또한 예전에는 부지런해라라는 의미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면 지금은 고개를 저을 만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찍 일어나면 빨리 잡혀먹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꼭 누가 하는 것을 따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져든다. 어쩌면 SNS을 활용하고 있는 우린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거기서 남들보다 더 뭔가를 하려는 불꽃 튀는 경쟁을 보게 된다.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이렇게 해야 성공합니다."

수많은 유혹과 갈등이 반복되면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되려고 한다. 안느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여행하며 자유여행을 경험했다면, 갈매기 조나단(조너선)이 먹이에만 사용하는 날갯짓을 더 높이 날기 위해 날갯짓을 하며 자유를 찾았다면 우린 우리가 하는 반복되는 일에 조금의 숨통을 쉴 수 있는 자유 또한 멋진 일이다.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 항상 누군가는 안 된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보다 사회생활을 더 많이 하고 그 분야에 대해 전문적이며 더 많이 살아왔더라고 하더라고 어쩌면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안느나 갈매기 조나단(조너선)처럼 스스로 뭔가를 해서 이루어 보고 싶은 자유가 아닐까. 그 자유를 위해 오늘도 우리 모두는 모토사이클로, 날갯짓으로 한 걸음 앞으로 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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