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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Nov 06. 2023

문을 열어!

< 마음의 눈으로 보는 문 이야기 > - 현재 내 마음의 문은?

간밤에서 시작한 비바람이 아침까지 이어졌다.

아직 컴컴한 새벽에 울리는 문 소리에 덜컥 겁이 났다.

누가 일어났나 싶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식구는 아니었다.

'꿈인가?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걸까?' 비몽사몽 한 상태로 일어나 앉았지만 덜컹 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밖에 날이 서서히 밝아지는 것 같아 머리를 틀어 올리고 거실로 나왔다.

덜컹 거리는 소리의 주인공은 앞집 현관문이었다.

며칠 전부터 리모델링한다고 소음이 장난 아니었는데 일하는 분들이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고 가지 않았나 보다. 아이들도 시끄럽고 무서워 잠을 설쳤다. 비까지 내리니 학교 가기 싫은데 밤새도록 큰 소리에 시달리다 보니 더 짜증이 난 듯했다. 주인이 없는 현관문은 그렇게 자신이 여기 있다고 고성으로 소리쳤다.


집집마다 현관문이 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거주지는 아파트다 보니 일정하게 다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조금씩 다름이 있다.

부드럽게 잘 열리는 문이 있고 매끄럽지 않은 문도 있으며 약간 틀어진 문도 있다.

골목길로 들어가 보면 활짝 열어놓은 문이 있으며 가운데가 뻥 뚫린 문도 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음산한 문도 있으며 오래된 철문이나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문도 있다. 

문은 열고 닫는 역할을 한다. 문단속을 잘하라는 말은 뉴스에서 언급하는 말 중 하나다. 특히 휴가철이나 명절휴가일 경우 문단속을 잘하라고 강조한다. 잠시 열어두었던 그 문으로 나쁜 기운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문을 열어놓고 자도 걱정이 없었다는데 요즘은 문을 열고 자다가는 코 베가는 세상이 되었다.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차단하는 문도 있다. 가질 것이 많은 집일수록 누군가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또 차단한다.

몇 달 전 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또한 <스메즈의 문단속> 제목으로 동일본 지진을 소재로 했다.

문을 여는 것이 아닌 닫아야만 하는 의무로 펼쳐지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문을 중심으로 밖과 안은 전혀 다른 세상을 표현한다. 문을 중심으로 안과 밖이 다르듯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그렇지 않을까?

평범하게 모두가 가져있는 문이지만 그 사연들은 다채롭다.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다. 활짝 열린 문은 사람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반대로 닫힌 문은 감히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경계선처럼 느껴진다. 





황동진이 그리고 쓴 <<문을 열어!>> 그림책에는 다양한 문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집이나 건물을 공사할 때 어떤 문을 사용할지 결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있는 그대로의 문을 사용합니다. 작가는 1년 동안 나름의 사연을 간직한 문을 찾아 골목길을 걸어 다니면 그림 그리며 완성한 그림책입니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작가는 우리 주변에 너무 익숙해서 존재조차 잊고 사는 것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중에서 문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의 문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의 문을 하나씩 가지고 있나요?

- 출처: 알라딘 서점 -
우리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밖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어.
문은 안과 밖을 나누기도 하고 이어 주기도 하는 거지. 
문밖 세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출처: 책 내용 중에서)

나에게 문은 세대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현재 내 마음의 문은 손님이 없는 개업식 현관문 같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새로운 길에 도전한 문은 그렇게 쉽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신규 개업했지만 파리만 날리며 누군가가 기웃거리다가 쏙 들어오길 바라는 문이다. 어릴 적 장사했던 우리 집은 개업을 두 번 정도 했다. 한 번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했을 것이고(엄마 아빠가 첫 간판을 단 날이기에 내가 태어나기 전이다) 두 번째는 경쟁 업체의 등장으로 시선을 끌기 위해 새 단장하며 개업한 경우다. 개업하는 동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개업 선물이 탐나서 오는 손님도 있고 단골손님으로 의리상 오는 손님도 있으며 신기해서 구경하듯 오는 손님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손님이 많이 오면 언제나 피로가 가신 듯 미소 지었던 부모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어쩌면 나 또한 그런 기분을 맛보고 싶은 문인 것 같다. 호기심으로 문을 두드리던 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경꾼만 몰려들고 형식적인 응원만 보내줄 뿐 오히려 뭐가 다른지 살펴본 후 더 주목받는 스타일로 꾸며 문을 연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스리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럴수록 내 마음속 문을 자연스럽게 열기 위해 책에 집중하는지도 모르겠다. 


늦은 밤, 따뜻한 불빛과 함께 문이 열려 있어.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고맙고 기쁜 일이야.      (출처: 책 내용 중에서)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는 따뜻한 불빛과 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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