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미인 앨리 Apr 13. 2023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 예쁘게 진실을 말하는 방법 >


어휴, 또 물이 질질 흐르네.
저 바구니에서 물이 흐르는데... 누구지?
여기에 이렇게 바구니를 올려놓으면 안 되는데...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하는 기본예절은 무엇일까?

함께 사용하는 곳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은연중 드러나는 습관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탈의실 한가운데에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큰 자리가 있다.

보통 대중탕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이곳에는 가끔 사람들보다 물건이 더 많을 때가 있다.

건조한 목욕탕 바구니(?)가 놓여있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물기가 찬 바구니가 사람들이 잘 앉는 모서리기 부분에 놓여있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 인상이 구겨진다.

이날도 물이 툭툭 떨어지는 바구니를 여기에 두어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물이 곳곳이 떨어지는 것을 보다 못한 한 분이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대뜸 바구니 주인이 말한다.

"어디가 물이 있다는 거요?"

"여기저기 곳곳에 물이 흥건해요. 바구니를 여기에 두면 안 됩니다."

"아! 거기다 둘 수도 있지. 닦으면 될 거 아니오."

바구니 주인은 흘린 물자국을 연신 닦는 듯했지만 물은 또 떨어지고 있었다.

나가는 길에 들은 대화라 큰 싸움이 일어나는 듯한 분위기가 엄습해 왔다.

그때 바구니에서 떨어지는 물 때문에 화가 났던 분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귀가 쫑긋 세워졌다.



아~ 그랬군요.
그래도 여긴 사람들이 많이 앉는 곳이니 
다음에는 주의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물이 또 떨어지네요.


자칫 큰 말싸움이 오갈 수 있었는데 그분은 상대방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하면서 예쁘게 진실을 말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우리 속담처럼 행동으로 보여줬다.

보통은 물건을 치우라고 하면 언성이 서로 높아져 말싸움이 커져버린다. 내 물건을 내가 원하는 곳에 둔다는데 웬 상관이냐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쳐다보는 것이 흔하다.

하지만 이 분은 올라오는 감정을 잘 조절하며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강인하면서도 부드럽게 대하는 모습에 엄지 척이 저절로 올라갔다.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전해지는 말과 어조는 내가 평소에 어떤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하였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패트리샤 맥키삭이 쓰고 지젤 포터가 그린 <<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그림책은 '사실대로 말하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선의의 정직함이란 무엇인지 마음으로 깨닫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말한다.

내가 말하는 것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고 선택도 달라진다.

내가 어떤 말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삼시 세끼 밥 먹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말한다.

탈의실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려 보았을 때 나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했을까 생각한다.

그 상황을 무시하고 인상만 찌푸리고 갈 수도 있고 그런 것을 참지 못한 사람이라면 핏대를 세우며 아이한테 혼내듯이 말할 수도 있다.


엄마한테 거짓말한 것이 들통난 리비는 다음 날부터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이제부터는 꼭 사실대로만 말할 거야.


그렇게 시작된 사실대로 말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웠고 친구들과 이웃들은 리비에게 화를 낸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사실대로 말했지만 친구들이 이웃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용기 내어 엄마한테 말한다.

엄마는 리비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사실대로 말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단다.
때가 적당하지 않거나,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나쁜 속셈일 경우에 그렇지
그러면 사람들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어.
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실을 말하면 문제 될 게 없단다.



맞다. 아까 탈의실에서 말을 꺼낸 분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실을 말했기에 상대방도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면서 인정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하지만 사실대로 이야기하더라도 애정을 가지고 부드럽게 말해준다면 삼키기가 훨씬 더 쉽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탈의실에서 일어난 일을 뒤돌아볼 때 어떻게 진실을 예쁘게 말해야 하는지 번쩍 정신 차리게 하는 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굴비 한 번 쳐다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