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시선을 대하는 자세

< 다이어트 2 >

by 그림책미인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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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실한 종아리로 내가 하체비만임을 절실히 느낀 뒤로 의기소침해졌다.

어디를 가든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 같아 자연스레 몸을 감추기에 바빴다.


몸이 드러나는 여름을 싫어하기 시작하고 몸을 완전히 감출 수 있는 겨울을 더 선호하세 되었다.

밝은 옷은 피하고 어두운 색 옷만 입어 가능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늘 우중충한 옷을 입게 되고 무채색처럼 지내려고 했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장사를 하기에 사람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수업이 마치면 바로 가게일을 도와야 해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나에게 사람들 상대하는 장사는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다가왔다.


사람을 매일 대해야 하는 장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뜨내기손님보다는 동네 이웃이나 학교 친구 혹은 친구 부모님이 대부분이다. 넓게 보면 이웃사촌들이 다 고객인 셈이다. 그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사람은 술 취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빵을 사러 오거나 친구 부모님이었다.

학교 친구들은 '빵' 사는 것이 목적이나 나에게 큰 눈길을 주지 않지만 그의 부모들은 달랐다.

반갑게 내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5G 속도로 빠르게 아래위로 훑어보는 불쾌한 시선을 던진다.

애써 무시하려 하지만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거북한 시선은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묘하면서도 불편한 기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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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니 너무 보기 좋다고 하거나 당신 아이는 너무 약해서 고민이라고 말하는 본심은 무엇일까.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음을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속담처럼 아무 의미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난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 허우적거린다.



가끔 배달 심부름을 할 때가 있다.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시원한 팥빙수 배달을 한다.

가게 중심으로 가까운 곳에 주로 배달하게 되는데 이 심부름을 할 때면 항상 초긴장 상태라 쉴 새 없이 심장이 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그 긴장 속에서 짜증 지수가 올라가면서 가능하면 배달 심부름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ooo에 팥빙수 갖다 주고 돈 받아오렴."

배달 심부름이 시작되면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얼음이 녹기 전에 도착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고 음식값을 잘 챙겨 오는 것이 두 번째 임무이다.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심부름을 했지만 초등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서 특히 얼마 전 종아리 비애를 느낀 이후로는 배달 심부름이 큰 시련처럼 다가왔다.

부들부들한 하얀 얼음 위에 달콤한 연유와 팥, 그리고 찹쌀떡이 얌전하게 올려져 둥근 스티로폼에 담겨있는 팥빙수는 달리 난 찌그러진 깡통처럼 쪼그라지며 신호등 앞에 섰다.


건널목을 바로 건너면 배달 장소인데 왜 그리 길게 느껴지는 걸까.

그 순간 태평양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과 같았다. 갑자기 신호등이 고장 나서 배달 갈 수 없게 해 달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였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초록색으로 신호가 바뀌고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빠르게 걷고 있었다. 얼음이 녹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빠른 걸음으로 배달장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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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배달 왔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다 소머즈인지 일제히 나를 향해 쳐다보았다.

나를 잡아먹을 듯한 시선은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

빨리 팥빙수 값을 받고 나가려고 하는데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덥지도 않니? 왜 긴 옷을 입고 다니니?" 하며 그 짧은 순간에 나를 훑는 시선을 감지하였다. 억지스러운 미소와 함께 불쾌한 시선을 느낀 나는 아무 대답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빨리 사라졌다.

배달 심부름으로 받은 팥빙수 값을 부모님께 전해주고 곧장 화장실로 직행했다.

그리고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게 옷을 입거나 행동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예민한 시기, 내 자아감이 상실될 때 나를 생각하며 말한 충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만 불쾌한 시선에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모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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