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바댄스에 빠지다

< 다이어트 5 >

by 그림책미인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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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를 마주했던 '재즈댄스'로 몸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나는 그 기쁨도 잠시, 결혼과 출산으로 재즈댄스를 그만두고 몸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출산 전과 출산 후 몸이 달라짐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을 해보니 충격적이었다. 또한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 몸에도 변화가 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출산하고 바로 살이 빠지는 산모가 있었는가 하면 모유 수유하여 살이 빠진 산모가 있다는데 나에게는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았다. 그래도 모유가 아이에게 좋다는 말에 잘 나오지도 않는 모유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일 년 동안 수유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울증이 생기고 무기력감도 찾아왔다.

뭔가 또 다른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까지는 아무것도 개인적인 일은 할 수가 없어 기다려야만 했다. 오로지 숨쉬기 운동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드디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이 조금이나마 생겼다.


재즈댄스를 다시 배우기에는 거리도 시간도 멀고 맞지 않아 포기해야만 했고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기에 무력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까운 체육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을 다니는데 재미가 너무 없었다. 러닝머신에 몸을 맡겨 걸어보았지만 매일 반복되는 동작에 또한 땀이 나지 않아 지루하였다. 몇 달이 지나고 지루함이 극치에 다다랐을 때, 텔레비전에서 눈길을 끄는 영상 하나를 보았다.

"줌바댄스"라는 새로운 춤이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어렵지 않은 동작으로 반복하는데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에서 하는지 탐색하기 시작했지만 불행히도 집 근처에는 없었고 하려고 하면 집에서 3~4 정거장 지나야 있었으며 시간도 가격도 전혀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래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이 몇 달이 지나고 내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드디어 체육센터에서 '줌바댄스'수업이 처음으로 연다는 소식을 접했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달려갔다.

할 수 있는 시간이 저녁이라 고민이 되었다. 저녁에는 다 같이 식사를 하기에 조심스러웠지만 남편에서 하고 싶다는 내 간절함을 말해 양해를 구하고 등록하였다. 대신 운동 후, 가볍게라고 함께 식사하는 걸로 타협하였다.


재즈댄스 처음 했을 때처럼 헐렁한 옷 입고 운동화를 신은 후 뒷자리로 가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처음 하는 운동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게 더 좋았다. 낯가림도 있고 내 동작을 누군가 본다는 사실이 불편했기에 수강생이 많이 않은 것이 나에게는 더 좋았다.

긴 웨이브 머리에 진한 화장, 당당해 보이며 몸매가 무척 예쁜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이 등장하였다.

시원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한 후 '줌바댄스'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알려줬다.

손으로 발 위치와 동작을 미리 알려주니 잘 보고 반복 동작으로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따라 해보라고 했다. 반박자를 많이 사용하며 라틴음악을 주로 사용하고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다이어트하는데도 큰 도움이 됨을 자부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 시간만큼은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생각하며 음악에 몸을 맡겨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라고 하였다. 강사가 하는 말에 나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라는 말에 믿음이 갔다.


살사, 레게톤, 메렝게, 쿰비아라는 리듬 네 가지가 기본 동작인데 어떤 동작이 여기에 해당되는지는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았던 동작과 새로운 춤 동작에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몰입감이 최고였다. 재즈댄스와는 또 다른 신세계였다. 스텝이 자꾸 꼬이고 쓰지 않는 근육을 흔들며 웨이브 하다 보니 동작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몸 개그였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어찌나 우스웠던지 어색한 미소가 번졌다.

잘 웃지 않는 나에게 선생님은 이 춤은 즐겁게 웃으면서 하는 동작이므로 어색하더라도 웃는 표정으로 해보라고 권했다. 5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도 짧게 지나가고 몸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러닝머신으로 흘리지 못한 땀방울이 줌바댄스로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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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음악에, 춤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몸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뭔가 모르게 조금씩 변화가 왔다. 조금 가벼워진 몸 상태와 수업 시간에 집중하며 땀 흘리는 내가 너무 좋았다. 줌바 댄스가 몸에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내 자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맨 뒷자리에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주위에서 잘한다고 칭찬해주니 기분도 업되었다. 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앞줄에 서서 동작을 하는데 어느새 내가 그 위치에 오게 된 것이라 그 순간만큼은 짜릿했다. 무엇보다 변한 내 모습에 아낌없이 칭찬해주는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니 무기력감과 우울증이 날아갔다. 쿵작쿵작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 날리고 긍정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이 시간이 난 참 좋았다. 그렇게 난 줌바 댄스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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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알라딘 -

누구나 춤을 춘다. 각자의 느낌과 방법으로 춤을 춘다. 안 춘다고 못 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각자의 느낌대로 춘다. << 넌 어떻게 춤을 추니? >>(티라 헤더 글, 그림 / 책과콩나무2020) 그림책은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솔직한 몸짓이라고 한다. 마음 가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움직이면서 내 몸의 감정과 몸의 감각을 일깨운다. 내가 재즈댄스나 줌바댄스를 배웠던 느낌이 딱 이랬다. 꼭 화려하고 전문적으로 추는 것이 춤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말한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리듬이며 방향만 바꾸어도 나만의 창의적인 춤이 된다는 것이다. 춤을 추지 않는다면서 꼼짝도 하지 않는 아이조차 '꼼작마 춤'이라고 하며 용기를 준다. 따뜻한 기다림과 춤의 매력으로 이 소년은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들에게 놀라운 반전을 보여준다.


내가 춤을 추며 즐거운 몸의 반응을 느꼈던 것처럼 누구나 춤으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음을 장담한다. 우울하거나 힘들 때 극복하는 방법이 많겠지만 음악을 틀고 내가 추고 싶은 대로 춤을 추는 것은 어떨까. 책을 읽고 나니 춤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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