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미인 앨리 Jan 08. 2024

똥자루 굴러간다

청룡 띠 운세 - 용띠에 대한 선입견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갑진년(甲辰年)으로 청룡을 상징하는 해다. '해 뜨는 동쪽에서 푸른 용이 솟아오르는 격'이란 뜻을 내포한다. 

올해 청룡띠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백호대살(白虎大殺)'을 타고난다. 이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살'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호랑이가 자주 출몰해 사람을 물어가던 시절에는 백호살을 지닌 사람은 호랑이에게 피해를 본다고 해석하거나 흉흉한 일로 피를 본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무서운 살기를 동반하는 백호살을 지닌 팔자는 사납거나 혹은 강하다고 말한다. 두려움이 없고, 스케일이 크며 위험에 노출되거나 살기등등한 곳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이 아닌 여성일 경우 팔자가 세다는 의미로 옛 어른 들은 용띠인 여자를 꺼려했다. 


가끔 태어난 띠를 생각할 때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양력으로 하면 청룡띠인데 음력으로 하면 토끼띠가 되는 1,2월에 태어나는 경우다. 사람 띠를 구분하는 기준은 양력이든 음력이든 1월 1일에 바뀌는 게 아니다. 입춘일 기준으로 바뀐다고 하니 혼란스러운 띠 결정이 해결되었다. 2024년 절기는 양력 2월 4일이 입춘이다. 즉 2024년 2월 3일생은 토끼띠다. 그래서 2002년까지는 1월생과 2월 초 빠른 년생 아이들은 7세 때 조기 입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경우가 그러했다. 7세 때 입학해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왜 똑같은 나이 때 학교 입학하지 못했는지 궁금했고, 조기 입학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성인이 된 후, 친구를 사귈 때 나이를 묻는 경우에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물어봐도 정확하게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궁금했지만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내 아이 역시 1월생이라 띠가 두 개라고 생각했으니 당황스러운 점은 변하지 않았다.


같은 용띠일지라도 남자아이 경우에는 좋은 의미로 다가갔고 여자 아이 경우에는 '쯧쯧'하며 혀를 차거나 한숨을 쉬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팔자가 세다며 결혼을 늦게 하길 권하거나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말띠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마살'을 들먹이며 여자 아이가 드세다 싶으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차갑게 바라보았다.

냉정한 시선으로 보았던 용띠의 해석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해석이 달라졌다. 위험한 환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용띠 사람은 남녀 할 것 없이 현대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백호살을 지닌 사람은 대체로 용감하다. 거침이 없고 배짱이 좋으며 과감한 성격이다 보니 우두머리 기질이 강하다. 지휘, 통솔에 적합하디 보니 군인이나 경찰 등이 직업이라면 성과가 크고 승진이 빠르다. 또한 활동적인 기질이기에 사회에서 활동을 많이 하거나 일인다역 하는 경우도 많다. 


갑진년 용띠는 무인 기질이 강하다. 전투적인 성향이 있기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승부욕도 보여준다. 잘못된 점을 적극적으로 지적하며 선두에 서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태어난 달, 일, 시에 따라 아이의 성격과 기질이 유동적이기는 하나 용감한 자녀가 태어날 가능성은 높다. 


이제는 백호살이라고 해서 꺼리거나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진취적인 사람, 적극적인 여성이 푸른 용처럼 하늘을 마음껏 활공하는 시대다.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세상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아이에게 팔자가 세다라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김윤정이 쓰고 그린 <<똥자루 굴러간다>> 그림책 주인공은 여성이다.

청룡띠 운세에 딱 맞는 여성이 아닐까 싶다. 그림책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언제 태어났는지 나와있지 않다. 다만 청용띠 특징처럼 두려움이 없고 스케일이 크며 대장의 기질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왜군이 쳐들어는 상황에서 영웅 같은 인물을 찾던 중 어마어마한 똥자루를 발견한 대장은 그 생김새를 보고 똥자루 임자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하며 그 임자를 찾아 나선다. 당연히 커다란 똥자루의 임자가 남자일 거라 생각했던 대장은 똥자루의 주인을 보고 깜짝 놀란다. 볼이 울긋불긋, 가슴이 봉긋한 여자였다. 자신이 생각한 똥자루 임자가 예상을 뒤엎는 인물이기에 당황스러웠지만 나라를 구하는 일이 먼저이기에 똥자루 임자를 부장군에 명한다. 그러자 부하들은 깜짝 놀라며 똥자루 덕분에 부장군이 된 처녀를 보고 비웃는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하지만 처녀는 모든 이들의 생각을 뒤집고 용감하고 리더 있는 모습으로 적군을 무찌른다. 처녀의 용감한 행동과 지혜에 부장군임을 인정하며 그녀의 통솔 아래 적군을 무찌른다. 

<<똥자루 굴러간다>> 내용은 구전 설화 이야기감에서 탄생한 새로운 이야기다. 작가가 강원도에서 엮어낸 <<강원의 설와 3:강원도 동해안 지역>> 에서 찾은 흥미로운 설와 '이완 장군과 똥자루 큰 처녀'와 <<임석재 전집 1: 평안북도편>>에서 찾아낸 '무쇠바가지' 두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 쓴 옛이야기 같은 창작 이야기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하는 청룡처럼 그림 속 처녀는 백호살을 지닌 인물임이 틀림없다.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이 가진 기질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야말로 팔자가 세다라는 뿌리 깊은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통쾌한 그림책이다.

해마다 열두 띠들은 각자의 독특한 개성으로 그 해에 태어난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이제는 무슨 해에 태어났기 때문에 팔자가 세다라는 부정적인 시선보다 열두 띠 동물들이 가진 긍정적인 기질에 더 의미를 부여하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띠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희망을 가지는 것처럼 이왕이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더 희망적이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알라딘 서점 / 백재권 칼럼(갑진년 청룡띠 운세 2024.01.03.)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하는 개구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