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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Mar 29. 2024

봄을 즐기자

의사가 바라보는 봄소식 - 메디칼럼

꽃샘추위가 봄을 놓아주지 않는다. 봄날의 따뜻함에 익숙해 있는데 갑자기 추워진다. 봄을 맞이하던 몸이 당황한다. 순간적으로 방향을 잃어버린다. 그래도 곧바로 봄이 올 것이라고 머리는 생각하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다시 겨울로 돌아간다. 자율신경계에 혼란이 일어나고 몸의 질서가 깨어진다. 환절기에 건강이 취약해지는 이유이다. 면역이 약해지고 감영성 질환에 잘 걸린다.


봄 감가는 환절기에는 빠지지 않는 불청객이다. 겨울 내내 고생하다가 겨우 회복되어 한숨 돌리고 있던 중 다시 감기에 걸린다. 특히 노인이 취약하다. 아직 기침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는데 다시 생기가  콧물이 흐르고 몸살이 난다. 환절기 감기는 젊은이도 그냥 지나지 않는다. 나들이가 잦아지면서 노출 기회가 늘어나고, 신체 저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린다. 그래도 봄철의 감기는 겨울과는 다르다. 증상이 가볍고, 적절히 치료하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 진료실의 봄은 봄감기와 함께 시작된다.


알레르기성 질환이 늘어나는 것은 본격적인 몸이 왔다는 신호이다. 봄철 알레르기성 비염의 주요 원인은 꽃가루다. 꽃이 만개할 쯤이 되면 절정에 달한다. 가려움과 재채기 코막힘 콧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진료실의 봄은 깊어진다.


봄에 만나는 알레기성 비염 환자는 특별하다. 대부분 비염으로 수년간 고생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마음가짐이 다르다. 질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잘 낫지 않는다. 증상이 지속하는 동안 계속 약을 복용해야 한다. 약을 복용해도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끝까지 치료하겠다는 단단한 결심으로 치료에 임한다. 마음을 다잡는 것은 의사도 마찬가지다. 당장 좋아지지 않더라도 꾸준히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치료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할 때 의사와 환자는 한 마음이 된다.


봄철에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의외다. 몸속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환절기에 면역이 약해진 몸에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환자를 보면 바이러스가 놀랄 정도로 면역이 떨어진 사람을 잘 찾아낸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으로 몸이 약해져 있는 노인은 조금만 무리하면 바로 병에 걸린다. 불편감 포진 통증으로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질병의 길에 들어선다. 다른 대상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조금 더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으로 과로한 사람들이 걸린다. 일 때문에 밤을 샌 사람, 잠을 자지 못한 사람, 바빠서 쉬지 못한 사람들이 걸리게 된다. 대상에는 젊은 사람도 있다. 환절기, 무리한 생활, 저하된 면역이 결합되면서 대상포진에 걸리게 된다. 골라낸 것처럼 사람을 가려가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대상포진은 봄철 면역 상태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비슷하다.


완전한 봄이 오기 전까지 꽃샘추위는 몇 차례 몸을 혼란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개화 시기가 되면 날리는 꽃가루가 면역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늘어난 활동은 아슬하게 유지되던 면역력을 더 떨어뜨려 감염에 취약하게 한다. 환절기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대상포진 등이 대표적이다. 꽃샘추위를 지날 때마다 감기 환자가 늘어나고, 나무가 꽃을 피울 때마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늘어난다. 진료실의 봄은 감기와 함께 시작해서 알레르기성 비염과 함께 끝난다.


봄을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환절기 감기와 알레르기성 질환에 잘 대비해야 한다. 꽃샘추위가 있을 때는 겨울 옷을 너무 일찍 벗지 않아야 한다. 감기가 유행할 때는 마스크가 도움이 된다. 봄마다 알레르기성 질환이 반복되면 미리 예방약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 된다. 최근에는 면역력이 떨어진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대상포진도 복병이다. 나들이하기 좋다고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 된다. 조금만 주의하면 건강하게 봄을 지낼 수 있다.


봄이 왔다. 햇볕이 따뜻해지고, 숲이 조금씩 푸른 옷을 입고 있다. 봄기운이 몸을 들뜨게 한다. 포근한 날씨가 몸을 상쾌하게 한다. 푸석푸석한 흙길을 걸으면 땅을 뚫고 올라오는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봄기운이 가득한 날을 골라 산보해 보자. 활력 넘치는 계절 에너지가 몸과 정신을 가득 채우게 하자. 봄이 왔음을 실감해 보자.

(출처: 국제신문 / 메디칼럼 / 봄을 즐기자 / 김윤진 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봄을 즐기자'라는 제목으로 마주하게 된 칼럼 제목을 보면서 의사가 바라보는 '봄'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칼럼을 읽으면서 '봄'이라는 글을 직업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듯 다가오는 봄을 봄철 질병으로 풀어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꽃샘추위가 봄을 놓아주지 않는다.'라는 첫 문장이 신성했고 마음에 들었다. 보통 해가 바뀌면 새해 분위기를 만끽하는 많은 행사들이 있지만 아직 날이 춥기에 새해 분위기가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학기가 시작되는.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켜는 3월이 되어서야 봄이 옴을 서서히 느낀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꽃샘추위로 두툼했던 옷을 옷장으로 넣다가 다시 도로 빼는 현상이 일어난다. 분명 기온은 올라갔는데 몸은 아직 춥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역시 아직 겨울 옷으로 몸을 보호하며 발만 빠르게 움직인다. 칼럼에서 말하듯, 꽃샘추위가 봄을 놓아주지 않는 현상이다. 


봄이 올 것이라고 머리는 생각하지만 몸은 다시 겨울로 간다는 칼럼 저자처럼 여기저기서 콧물과 기침 그리고 까끌해진 쉰 목소리 소리가 봄 감기를 알린다. 코로나가 끝나고 난 뒤 사람들은 그렇게 철저하게 지켰던 청결 습관을 하루아침에 벗어버렸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도 학교나 외출 후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가 뽀드득 소리 날 정도로 씻던 모습들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손을 잘 씻어라는 잔소리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가려움과 재채기 코막힘 콧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진료실의 봄이 깊어진다면, 1분이라도 더 자고 싶어 하는 청소년 아이를 깨우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봄은 깊어진다. 


몸은 춥지만 봄이 오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 있다. 아무리 기후위기로 날이 변덕스러워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따뜻해지면 싹이 트고 꽃을 피운다. 정말 하룻밤 사이 조금 올라왔던 벚꽃이 만개를 화려고 활짝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비가 한 번 시원하게 뿌리고 나면 꽃축제가 시작된다. 봄이 왔다. 포근한 날씨에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넘치는 봄의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봄나들이를 생각하며 즐기려 한다.

따뜻해진 햇볕처럼 표정이 밝아지는 꽃들의 자태처럼 우리에게도 봄기운을 온몸으로 듬뿍 느낄 수 있는 좋은 소식들이 다가왔으면 한다. 봄소풍을 기다리는 설렘처럼 봄이 왔음을 실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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