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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Mar 08. 2024

늘봄학교가 봄날처럼 따뜻하려면

국가 돌봄 - 총선용 졸속 추진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면 '전쟁 같은 육아' 때문에 피를 말린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특히 워킹맘의 최대 고비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온다. 어린이집 유치원은 퇴근 무렵까지 돌봐주지만, 초등생이 되면 하교 시간이 일러 '돌봄 공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초등 1학년을 '워킹맘의 무덤'이라고 하겠는가. 수년 전 나는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을 전적으로 '조선족 이모'에게 의존했다. 지금은 방과 후 아이를 돌봐주는 '돌봄 교실'이 있지만 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다. 경쟁률이 치열해 추첨에서 탈락하면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자녀 돌봄은 친정 엄마 찬스, 도우미 손을 빌리는 개인 돌봄으로 버텨온 것이다. 돌봄의 고통이 여성의 경력단절과 지금의 저출생 재앙을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자녀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한 '늘봄학교' 도입은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 4일 전국 2741개 초등 1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학교 시행에 들어갔고, 2학기부터는 모든 초등학교(6175곳)로 확대된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원하는 시간에 아이를 돌봐주는 제도다. 기존 '돌봄 교실'과 '방과 후 학교'를 통합한 개념이다. 돌봄 교실은 오후 1~5시(수요에 따라 오후 7시)에만 가능했지만, 늘봄학교는 정규 수업 전 아침과 수업 후 최장 저녁 8시까지 돌봐주는 게 차이다. 단순히 아이들을 보호만 하는 돌봄 교실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놀이미술, 방송댄스 등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저녁 식사도 무료로 제공된다.


'부모 돌봄'에서 '국가 돌봄'으로의 대전환이 시작된 것은 의미가 크다. 문제는 당초 2025년 시행하려던 정책을 1년 앞당기면서 학교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전담 인력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늘봄학교 운영은 기존 돌봄 교실 교사가 맡을 수 없고, 교원 자격이 있는 기간제 교사가 맡아야 하지만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육처들이 적지 않다. 프로글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교사들은 늘봄학교 업무를 떠넘겨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공간 문제도 걱정이다, 교실은 실내화를 신고 있어야 하는 데다 춥고 좁아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편안하게 머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처럼 충분한 준비 없이 '속도전'을 펼치니 총선용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 초등학교의 단 6.3%(38개교)만 참여해 전국 평균(44.3%) 참여율에 크게 미달한 것도 제도 안착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정부는 반발하는 교원단체와 원망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늘봄학교의 의미는 '늘 돌보는 학교'가 아니라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남아 있고 '봄날' 같은 학교를 만들어야 저출생 해소,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성패는 안전한 돌봄과 내실 있는 프로그램에 달렸다. 초등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프로그램 수준을 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며 "애들을 관찰하는 수준의 돌봄 서비스만 제공한다면 사설 학원이 낫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국가 돌봄의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섬세한 보완을 통해 제도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재능기부'를 약속한 데 이어 6일 "늘봄학교는 국가 돌봄 체계의 핵심"이라며 조기 안착을 주문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문화예술계나 체육계 등 사회 각계가 국가 돌봄에 동참해야 한다.

(출처: 매일경제/ 매경칼럼 - 초등학교 1학년 '워킹맘의 무덤' / 심윤희 2024. 03.07)




- 출처: 네이버 이미지 -

3월이 되면서 모든 학교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병아리처럼 작고 귀여운 꼬마 아이들이 설렘 가득 찬 표정으로 자기들보다 훨씬 학교 교문을 들어선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아이도 학부모도 설렘과 불안이 교차한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하는 부모와는 달리 아이들에게는 마냥 신기한 곳이기도 하고 이제는 유아가 아니라는 기분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 곳에 차지한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는 바쁘다. 새로운 정책에 발맞춰 가야 하면서 이것저것 챙기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정부에서는 2025년도에 시행할 '늘봄학교'를 서둘러 시행했다. 하라면 하라는 식으로 떠밀린 정책에 학교는 소리 없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작년부터 시범학교로 지정된 초등학교는 그나만 조금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혼란스러운 일은 계속된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 느낀 바로 돌봄과 늘봄은 크게 차이점이 없다.

다만 돌봄은 학교 수업시간에 맞춰 오후 5시까지(수요에 따라 오후 7시까지) 아이가 학교에 머문다면 늘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머문다.

돌봄은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신청받아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선순위자격에 해당하는 사람을 먼저 받다 보니 정말 필요한 학부모는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 모든 법 시행에 그렇듯 돌봄 또한 이리저리 눈을 피해 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돌봄에 오는 아이들은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바로 하교하는 아이들과 달리 학교 수업 일정이 끝나도 학교에 남아야 하고 방학 때도 학교로 등교해야 하기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집에 빨리 가기를, 아니 학교에서 벗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충분한 준비를 가지고 시행해야 할 늘봄학교를 총선용으로 추진하고 밀어붙이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학생 인원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한 학급을 늘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지 모르나 학생수가 밀접해 있는 학교는 학급 늘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교실이 없어 한 학급을 빌려 사용하려 하면 선생님들이 학급을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 당연하다. 내 방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은 기분이기에 충분히 이해한다.

또한 늘봄 교사 인력난이다. 급하게 정책이 시행하다 보니 교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일단은 교육청에서 기간제 교사를 발탁해 보내주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교사는 퇴직을 한 분들이다. 어쩌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이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고용되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그냥 교육청에서 알아서 보내주면 학교에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돌봄과 늘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강사가 수업을 한다. 하지만 돌봄과 늘봄의 강사비가 차이가 난다. 학교에서는 그 차이점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돌봄 프로그램 강사에게 수업 하나가 더 늘었다는 식의 말로 넘어간다. 참 이상한 점은 늘봄 안에 많은 돌봄들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돌봄, 방과 후 연계 돌봄, 특봄, 또 봄 이상한 단어로 조합하 돌봄만 늘어날 뿐 충분한 설명이 없기에 그냥 다 늘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늘봄 정책이 다급하게 결정되고 지원되는 바람에 학교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다.

써야 할 지원 예산이 삭감되고 늘봄으로 넘어가다 보니 현장은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늘봄학교가 시행되면서 '학교'가 무엇인지, 어떤 곳인지 왜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학교는 어린이집, 유치원과 다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주 목표가 '돌봄'이라면 학교는 '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학교에 머무는 학생은 고등학생이다. 야간자율학습으로 인해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머문다. 이는 '대학'이라는 목표 때문이지만 초등학생은 아니다. 학교 교육으로 내가 몰랐던 분야에 대해 조금씩 배우고 익히는 곳이다. 배우는 것이 큰 목표인데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배움보다는 돌봐야 한다는 이미지가 커지고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 학원을 가야 하기에 사실상 돌봄은 저학년을 위한 정책이다. 초등2학년이 되면 학원으로 빠지는 아이들이 많다. 왜냐하면 이때 학원에 등록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사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현시점에서 학원에 등록하지 못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그래서 자리가 났다고 하면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취미가 아닌 공부를 위해 학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프로그램 수준을 보고 참여 여부를 걸정할 것 같다"는 말이 충격적이다. 어쩌면 서초초등학교 교사에서 일어났던 일이 돌봄이나 늘봄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부담을 오로지 학교에만 전담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총선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시행하는 것이 급하다.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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