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 9 >
나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일명 미션 임파서블
3개월 동안 주어진 제품으로 내 몸을 최적화 만드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새 어린이집 다니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어린이집 다닐 때보다는 내게 주어진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유치원 어린이를 대상으로 환경 수업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었다.
그 수업은 구청에서 진행하는 교육사업이라 서류 제출에 필요한 현장 사진이 반드시 필요했다.
교육현장 갈 때마다 유치원 선생님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즐겁게 수업하였다.
수업이 끝나면 서류 작업을 위해 많은 사진 중 제일 괜찮은 것으로 선택해 첨부하는데 반드시 보정 작업이 필요했다. 조금이라도 더 날씬하게 길게 나오도록 하기 위해 여기저기 화면을 터치하며 수정하였다.
어느 날 원본 사진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데 같이 수업하던 선생님이 솔깃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체중의 최고점을 찍고 있는 요즘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며 자신도 지금 어느 건강제품 도움을 받아 관리 중인데 좋은 것 같다면서 소개하였다.
안 그래도 몸이 점점 무겁고 거울 보기가 두려워진 요즘 내 호기심은 증폭되었다.
함께 수업하는 선생님이 저번보다 몸도 가벼워지고 활기찬 모습이 눈에 띄어서 궁금하던 중이다.
본인이 어떻게 이 제품을 소개받았고 지금 어떻게 하여 살이 빠지고 있는지 증거사진과 함께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었다. 믿음으로 쌓았던 친분이라 이야기에 더 집중되었다.
합법적인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건강제품을 구입하는 곳으로 의사와 간호사, 약사들이 주로 애용하고 있어 믿음이 간다며 강조하였다. 현재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도 있고 의학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이 믿고 애용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고 하였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우선 건강제품 성분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
자연적인 원료를 강조하며 맛보기 샘플로 먹을 수 있었는데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건강제품이나 영양제는 먹고 있지 않아 안 그래도 하나쯤 구매할까 생각 중이었다.
그 제품의 효과를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있기에 한 번 복용해 보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내가 버는 돈에서는 어림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정규직도 아니고 아이들 학교 시간에 맞춰 일을 가끔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 정도밖에 돈을 못 벌고 있는 현실에 바보처럼 느껴졌다.
카드를 많이 사용하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있어 한도도 제일 적은 금액으로 설정해두어 카드 결제에도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
하지만 곧 터질 것 같은 내 몸 상태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다.
나름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별 효과가 없을 때였다.
물론 먹는 것이 문제였지만 운동하면 더 배가 고파온 것을 내 의지로 막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제품 효과를 보려면 석 달은 복용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말하는 금액에 저절로 입이 커지고 눈동자가 커졌다. 그래도 해야겠다는 결심에 어떻게 하면 해결될지 머리를 쥐어짰다. 그 결과 지인과 다른 분 카드 도움으로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카드로 결제했다.
제품을 구입하기 앞서 내 몸 상태를 점검했다.
남 앞에서 무게를 공개해야 했기에 홍당무가 된 얼굴로 체중계에 천천히 숨을 멈추고 올라갔다.
체중계에 몸이 실리는 느낌과 동시에 주변의 동공이 커지는 시선을 느끼며 무게를 확인하고 인바디 측정으로 넘어가 근육량, 지방 등을 체크하였다.
근육량과 체지방은 생각보다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몸무게를 줄여야 함에는 변함이 없었다.
제품을 어떻게 먹고 음식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들으며 따로 메모하였다.
출산 후 먹는 것 조절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매번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꼭 성공하고 싶었다.
제품을 구매하는 비용 문제가 해결되자 제일 큰 문제가 남았다.
구매한 건강제품을 몰래 숨겨두는 것이다. 제품을 하나만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 점심, 저녁 먹는 것이 달랐고 살이 빠지면서 필요한 영양소가 또 따로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남편)에게 들키지 않게 제품을 보관하는 것과 몰래 제품을 먹여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어릴 적 엄마 몰래 삼 남매 작전으로 만화책을 몰래 사 방으로 무사히 들고 오기까지의 그 긴장감을 다시 한번 느껴 야만 한 미션이 남았다.
나 스스로에게 떨어진 미션 임파서블이 다음과 같다.
첫째, 제품을 들키지 않고 무사히 보관할 것
둘째, 주어진 시간에 제품을 들키지 않고 먹을 것
셋째, 3개월 동안 음식을 조절하며 함께 건강제품을 먹을 것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미션이었다.
건강제품들은 그 사람이 집에 없을 때 무사히 받았는데 어디다 두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아이들 방에 두 자니 갑자기 들이닥쳐 이게 뭐냐고 하면 들통나기에 안 되었고 구석진 곳을 두 자니 내가 못 찾을 것 같았다. 시간은 흐르고 여전히 제품 둘 곳을 찾던 내 눈이 커진 곳을 발견하였다.
내 손길만 허용하는 내 전용 서랍장이었다. 다행히 제일 밑에 있는 서랍이 높이도 넓이도 안성맞춤이라 차례대로 제품을 빠르고 표 안 나게 옮겼다. 한꺼번에 제품을 받을 수 없어 한 달마다 지인 선생님으로부터 받기로 하였다. 참나 건강제품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내 신세가 우습기도 했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회사도 아니고 말이 네트워크 마케팅이지 일명 다단계 판매라 은근히 겁도 났다.
어쨌든 첫 번째 미션은 완료하였다.
두 번째 미션은 건강제품을 먹는 시간인데 이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행동으로 옮기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음식 조절하는 것이 불안했다. 보통 때 내가 먹는 양을 줄여야 했고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들이 많아 어떻게 그 사람한테 말해야 할지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탄수화물, 인스턴트식품은 기본적으로 금지였고 우유, 육류, 튀김류, 밀가루 음식도 다 금지였다. 현미밥, 흰 살 생선, 야채 등은 먹어도 괜찮고 물을 2리터 이상 마셔야 했다. 밤에 물을 많이 마시면 신장에 좋지 않을 수 있으니 가능하면 자기 전에 2리터 이상 마시기를 권장했다. 평소에 물을 잘 마시지 않는 나에게는 힘들었다. 더구나 보리차가 아닌 생수를 마시라고 하니 그 사람 눈치를 봐야 했다. 생수에 제품을 타서 흔들어 먹어야 했기 때문에 생수를 따로 구입해 혼자 마시기가 영 편하지 않았다.
음식을 줄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금지된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 사람에게는 병원 핑계를 대기로 했다. 살이 쪄서 건강을 위협하니 당장 살을 빼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한 것이다.
음식을 제한하다 보니 가능하면 사람 만나는 것을 피했고 명절 때에도 배부르다며 음식을 거절하였는데 어른들이 권하는 음식 거절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일주일, 보름, 한 달이 지나면서 나에게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체중은 크게 변화 지는 않았지만 몸에 라인이 생기기 시작했다. 운동과 함께 병행하며 제품과 음식을 조절하니 몸에 변화가 왔다.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었던 신화 이야기가 생각나며 나도 이제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활기를 찾았다.
결혼 전 입었던 옷들이 거짓말처럼 들어갔다. 주변에서도 어떻게 살이 빠졌다며 물었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나는 자신감도 생기며 더 즐겁게 내 일을 하였다.
터질 것 같았던 옷에 내가 쏙 들어가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째졌다.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지금 날씬해진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싼 건강제품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면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건강을 위해 먹고 있을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더 이상 제품을 계속적으로 먹는 것은 불가능했다.
3개월 동안 먹고 6개월 정도 유지했던 내 몸은 아주 천천히 익숙해진 몸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제품을 먹지 않으니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에 하나 둘 손대기가 쉬웠고 그렇게 칼 같았던 내 결심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큰돈을 지불한 만큼 유지도 계속되어야 하는데 말처럼 그게 실행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시작이고 방아쇠일 뿐 그걸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돈과 특정 약품에 평생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남은 것은 내 의지에 대한 좌절과 돌아온 몸무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