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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May 03. 2023

지금, 마음의 온도가 내려갑니다

< 공감 에세이 >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요일 중에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요일은 수업 없는 날이다.

여기에 체육센터가 쉬는 날이면 금상첨화다.

올해는 학교 수업이 줄어들었지만, 집에 굳이 알리지 않았다.

왜!

나만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가족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한 선생님이 꼭 이 한 가지는 실천해 보라고 권한 것이 있다.

그건 월요일 수업을 하지 않는 것이다.

주 5일제 근무이다 보니 토요일, 일요일은 집이 더 복작거린다.

아이는 아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세끼 밥을 다 챙겨주고 이리저리 집안일을 하다 보면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줄어든다.

그래서 선택했다.

2023년에 월요일은 수업하지 않는 것으로.



휴일 같지 않은 주말이 끝나면 가족 모두는 각자 자기 일하러 나가지만 난 승리의 미소로 책상에 앉는다.

너무 피곤하다 생각 들면 '제발 나에게 오세요.' 하는 침대로 철퍼덕 누워 달콤한 낮잠을 즐기기도 하고 미루었던 책 읽기에 집중해 본다.

혹은 미루었던 글쓰기나 많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었던 서류 정리나 소중한 내 그림책들을 한 번씩 청소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노는 시간에는 어찌 이리 시간이 빨리 지나갈까.

아이들에게는 학교 쉬는 시간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짧은 점심시간이, 나에게는 집안 식구들이 오기까지 늦은 오후 시간이 번개처럼 휙 지나가 버린다. 게임에 열중하면 한 시간이 훅 지나가 버리는 것처럼.

달력을 체크하며 월요일에 무엇할지 미소 짓는 상상 해본다.

4월 29일, 4월 30일 그리고 5월 1일을 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남편 쪽을 바라보며,

혹시,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쉬나요?



"네." 

헉! 이론!

미소 짓는 남편얼굴과는 달리 내 얼굴은 찌그러진 깡통이 되었다.

"엄마, 나도 월요일 학교 안 가요."

뭐라고!

이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너 이제 월요일은 없다고 생각해.' 마음의 소리가 윙윙 울렸다.

"엄마, 난…. 학교 가요.... 왜 우리 학교만 가는 거죠...."

실망스러운 표정 짓는 작은 아이는 학교 안 가는 언니와 회사 가지 않는 아빠가 마냥 부러운 듯 바라보더니 한숨 쉬며 책상으로 가버렸다.

'얘야. 나도…. 슬프다.'

속에서는 짜증이 조금씩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이라고 했던가.

내 시간이 없어질 거로 생각하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때, 전화 진동벨이 드르륵 울렸다.

"세 놈이 어찌 전화 한 통 없노. 엄마 지금 죽을 것 같다. 팔이 아프다고."

엄마 어깨 인대가 끊어져 치료 중인데 치료 주사가 엄청 아파 '참을 인' 자를 세 개나 그을 수 있는 엄마도 아파 투정과 짜증을 나에게 쏟아부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가도 소용없었기에 가지 않고 그저 소염진통제가 아닌 어떤 진통제가 괜찮은지 검색하며 우울한 내 맘을 달랬다. 그리고 쏟아지는 잠에 그냥 쓰러져 잤다.






다음 날 아침, 근로자의 날이 밝아왔다.

엄마 모시고 병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준비했다.

남편이 신경 쓰였는지 말하지 않았는데 세차하고 나더니 병원까지 데려다준다고 한다.

어디쯤 왔을까 걱정되어 엄마에게 전화했지만 무심하게 계속 받지 않으셨다.

한숨을 쉬고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밖으로 나가 엄마가 올 길을 샅샅이 보며 찾았다.

십 분을 그렇게 찾고 아파트로 다시 발길을 돌릴 무렵 엄마 모습이 보였다.

남편이 차로 병원 모셔다 드린다고 하니 손사래 치며 거절하기 시작했고 남편은 모셔다 드린다고 나를 볶기 시작했다.

'아, 정말이지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순간 드라마에서 보면 혼자 상상으로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속 시원히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현실에서 그러지 못하는 모습이 딱 내 모습이었다.

결국은 엄마가 차 타게 되고 병원 앞에 무사히 내렸다.

하루 종일 심한 통증으로 얼굴이 상한 엄마는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의사를 기다렸다.

평일이고 점심시간 한 시간 30분 전이라 환자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 날따라 진료하는 사람이 많아 한 시간을 마냥 기다렸다.

선생님은 만나지 못하고 담당 간호사에게 통증 이야기하며 지금 상황이 어떤지를 들은 후 치료하러 들어가셨다. 난 또 그렇게 한 시간을 휴대전화 검색에 의지한 채 보냈다.


치료가 끝나고 또 한 번의 실랑이가 있었다.

걸어서 집으로 간다는 엄마와 공기도 안 좋고 몸도 안 좋으신데 차로 모셔다 드린다는 남편 사이에서 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듯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해졌다. 끝내 차 타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고 엄마를 편안하게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 아니 이렇게 될 것을 왜 둘이 고집을 부리느냐고.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낸 후 갑자기 피곤함이 엄습해 왔다. 잠시 쉬지도 못하고 집에 있는 가족들과 아점을 먹기 위해 식사 준비했다.

큰아이는 겨울잠 자는 곰처럼 오후 한 시 넘어 일어났다. 그것도 내가 깨워서.

'아니, 왜 내가 누릴 자유를 네가 누리는 거야.' 괜히 달콤하게 자는 아이 모습에 화가 나, 큰 소리로 깨웠다.

안 일어나니! 몇 시인지 알아!


놀란 눈을 뜬 큰아이는 부랴부랴 세수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삼겹살로 내 마음을 진정시킨 후 큰 아이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얼마 전 감기로 고생했는데 다시 감기하고 영 기운이 없었다.

링거 안 맞는다는 아이를 달래 진료하고 영양제 한 대 맞췄다.

링거 약이 다 들어가면 학원으로 간다고 해 약 처방받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갔다.

내 기분을 올려 줄 아메리카로 한 잔 주문해 받고 천천히 걸어갔다.

현관문을 여니 거실 불이 꺼져있었다.

남편이 피곤했는지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한 것 같았다.

아주 조용히 안방 문 열고 자고 있는지 확인한 후 문을 닫고 커피 한잔 들고 책상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인제야 내 시간이 왔다.

작은 아이가 오기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 짧고 달콤한 시간은 멍 때리다가 훌쩍 지나가버리고 며칠 전부터 속옷이 작다며 툴툴거리던 작은 아이 생각에 하교하면 바로 전화하라고 문자 남겼다. 매장으로 바로 가 있겠다는 아이말에 난 또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근로자의 날, 누구는 쉬고 누구는 일하는 불공평한 날.

잠시, 마음의 온도가 내려가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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