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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May 22. 2023

내가 만약 소설 속 주인공이라면?

< 공감 에세이 >


많은 소설 중에서 흥미롭게 느낀 장르는 역사다. 정확한 역사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픽션이 첨가되고 역사를 다른 시선으로 보며 재구성한 소설을 좋아한다. 특히 역사 속에서 악녀, 현모양처로 나오는 여성들이 현대로 오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거나 반대로 현대인이 과거로 가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재미있다. 간혹 역사를 왜곡한다는 부분이 걸리기는 하지만 완전히 역사를 바꾸지 않고 일반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보는 시선 말고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상상해 남다르게 접근하는 것에 호기심이 생긴다. 마치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 공원에서 》 그림책에서 나오는 네 명의 주인공처럼 각각 어떤 입장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보여주는 부분과 같다.


조선시대 악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떠올린다면 당연 '장희빈'이다. 사극마다 단골 소재로 나왔고 관련 책 또한 많이 출간되었다. 드라마 < 장희빈 > 주인공이 누구인지가 세목의 집중이 되며 한 시대의 미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 배우들 사이에서도 아마 욕심나는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김지미, 남정임,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이소연을 거쳐 김태희가 9대 장희빈으로 등장한다.

김태희가 맡은 9대 장희빈은 역대 장희빈과 다른 시선으로 다가간다.




- 출처: 알라딘 도서 -


드라마 < 장옥정 사랑에 살다 > 내용은 최정미가 쓴 < 장옥정 사랑에 살다 > 소설 원작으로 만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삶을 송두리째 왜곡당한 여인, 수년 동안 위풍당당 조선의 국모로 자리를 지켰음에도 단 한 번도 왕비로 불린 적 없는 여인이다. 그리고 평생을 사랑한 남자의 부박함을 감싸 안고 죽음마저 삼켜야 했던 치명적인 사랑을 한 여인, 그래서 왕후가 아닌 희빈으로 영원히 봉인된 여인 장옥정이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다. 장옥정과 숙명의 라이벌인 인현왕후가 그저 현모양처로 지냈는지 의문을 던지며 불꽃같이 사랑하는 장옥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럼 내가 너를 이용하면 어찌 되는 것이냐?
옥정이 이순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쓰일 곳만 있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그리하소서.
대체 그러한 절대적인 헌신과 희생의 마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냐? 내가 지존이라서?"…

                                              - 출처: 소설 < 장옥정 사랑에 살다 > 책 내용 중에서 -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보여준 장옥정은 미워할 수 없는 여인이다. 

비천한 신분에서 왕후까지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당파 싸움에 휩쓸리고 숙종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을 알더라도 숙종 이순을 우해 최선을 다했기에 당당하며 두려울 것이 없는 여인이었다.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 내가 가진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순간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화려한 사랑을 택한 그녀가 부러웠다. 지성과 미모가 출중하였고 자존감이 강했던 여인이 신분 제도가 확실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있을 거라는 것에는 의심하지 않는다. 비록 역사의 결과는 알고 있더라고 신분의 굴레에 함몰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장옥정이 되고 싶다. 만약 장옥정이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존재한다면 어떤 사랑을 선택할지 궁금하다. 불꽃같은 사랑을 한 번 했기에 다시 태어나면 다른 사랑을 선택하지 않을까.


숙종이 분명히 장옥정을 진심으로 사랑한 것은 맞다. 궁녀에게 별당을 지어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궁궐에 건물을 짓는 것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상대했고, 한번 빠지면 물불 가리지 않는 숙종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장희빈은 자신을 이용해 숙종이 원하는 정치를 펼칠 수 있으면 하라고 말한다. 단아한 이미지의 인현왕후는 어릴 적부터 '왕후'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내 목적을 위해서 어떤 고뇌와 감수는 감당해 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목표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공부하는 방법과 일종이 벼락치기라고 일맥상통하는 집중식 공부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만약 정치적으로 장옥정을 이용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숙종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장옥정과 단둘이 떠나 소박한 생활을 선택했을까?


우리가 소설이나 드라마 여주인공에 흠뻑 빠지는 이유는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들기에 카타르시스 느끼며 잠시 꿈꾼다. 이리저리 재는 사랑이 아닌 정말 그 사람만을 위해 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 전혀 후회 없다고 생각하며 당당하게 표현하는 장옥정 모습이 참 아련하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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