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인종차별이 외부에서 기인한 것인지
당하는 사람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이 글을 읽고 무식하다고 할 것이다.
나는 교수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닌
그냥 이 나라 저 나라 살아 본 사람으로 몇 자 끄적여 본다.
사실,
이 나라 저 나라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여러 곳에서 만나니
그 나라 사람 특유의 국민성을 굳이 규정지으려 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경우가 많다.
색안경을 끼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하고 들어 맞는 경우가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음 번엔,
너도 그렇겠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외국에서 한국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한국에서는 몰랐던 한국 사람 특유의 성질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동물이 아니니 교육을 받아
이런 고정 관념을 넘어서
사람을 사람 자체로 보아야 하겠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그나마 내색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와는 별개로
본질적으로 무엇이 인종차별인가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 있는 서양 남자에게 한식당 직원이
혹시 모르니 포크를 가져다 준다면 이 사람은 기분 나빠할까?
프랑스에 있는 한국 여성에게 프랑스 식당 직원이
혹시 모르니 젓가락을 가져다 준다면 이 사람은 기분 나빠할까?
모르겠다.
그 옛날에 이탈리아 친구와 한국 소도시 길거리를 걸으면,
아이들이 헬로 헬로 했었다.
친구는 웃으며 헬로 헬로 하면서 잘 받아 주었다.
나 이탈리아 사람이야! 나 미국 사람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여기 이탈리에서 이탈리아 친구와 길을 걸으면
아이들이 웃으며 니하오 니하오 한다.
나는, 기분이 나쁘다.
나는 나 중국인 아니라고 쏘아 붙인다.
인종 차별이냐 아니냐는 결국
내 기분이 나쁘냐 아니냐 일까.
아니.
나는 분명 아이들의 눈빛이 다름을 느꼈다.
헬로 하면서, 미국 사람과 영어 한 마디라도 해 보겠다는 천진한 눈빛과
니하오 하면서, 바보 같은 중국 사람을 놀려 먹겠다는 잔인한 눈빛.
달라.
의도가 달라.
이탈리아에서도
보통은 오륙십대 아줌마 아저씨들이나 나이 먹은 사람들이 쓸데 없는 참견이나
기분 나쁜 소리를 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그런 이상한 인종 차별적인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국에서도 오륙십대 아줌마 아저씨들이나 나이 먹은 사람들이
오만 참견 다하고 돌아다니는 거.
굳이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한테도 그렇고.
전철만 타도
쓸데없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노인네들도 많고.
그리고,
특이점이라면
이탈리아 내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이탈리아 내에서 인종 차별 받는
러시아 사람이나, 슬로베니아 사람들, 폴란드 사람들, 크로아티아, 알바니아 등
구 공산권 나라 동유럽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더욱 기분 나쁜 짓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하는 격?
한국으로 치면,
조선족 중국인들이 다른 외국인들을 인종 차별하는 뭐 그런 것?
어쨌든, 그런 사람들은
보통 한국 사람을 직접 만나 본 적도 없고,
한국 근처를 여행해 본 적도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아예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뉴스에서 김정은만 주구장창 본 사람들.
그런 사람들 데리고 뭐 할 말도 없고. 해 줄 말도 없고.
또 굳이 연 맺을 필요도 없고.
요즘엔 그나마
이탈리아 사람들 만나면,
어린 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다.
일본보다 훨씬 멋지다고 생각하는 애들도 많더라.
또, 대학생들도 나름 호의적이고,
사십대 사람들도,
자식들이 한국 교환 학생이나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많고 해서,
예전 보다는 사는 데 훨씬 좀 덜 답답하긴 하다.
그래도 아직도
늙은 사람들이나,
동유럽 이주민들은 굉장히 폐쇄적이다.
보시다시피 나도 나름의 고정 관념이 있다.
그래도.
한 사람의 인간을 만날 때
최대한 하얀 종이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동물이 아니니까.
인간을 그냥 인간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마더 테레사도 아니니
모두를 사랑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일단 고정 관념을 깔고 시작하는 건
내 견해를 넓히는 데에도 좋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상대가 흰 종이에 똥칠하면 즉시 갖다 버리긴 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