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을 많이 벌리고 또 해냈다.
작년도 그렇고.
작년엔 여름 휴가도 안 갔다.
한국에서야 여름 휴가는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
집캉스나 호캉스로 보내도 상관 없지만,
여기 이탈리아에서는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위해 일 년을 사는 것 같다.
보통 바닷가로 여행을 가는데,
해변 땡볕에 한 일주일 누워 있는 게 다이다.
아니,
더워서 피서를 가는데,
왜 더 뜨거운 땡볕에 누워 있는지!
이열치열.
우리가 복날 뚝배기에 든 팔팔 끓는 삼계탕을
먹는 이치이려나.
한국에서 진정한 을로서 사장님 가족의 평안을 위해
이 한 몸 다 바쳤던 시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 수는 없을까.
무인도에 핸드폰만 가져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이런 내가 자의 반 타의 반
백수가 되었다.
그런데,
차음엔
사고 싶었던 비싼 물건을 사는 것처럼
순간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짜릿했는데,
정말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하니까 재미가 없더라.
간이 심심한 음식만 먹으면 물리는 느낌.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작은 물고기만 들어 있는 어항에
작은 물고기들을 공격하는
미꾸라지 한 마리를 넣어 두면,
작은 고기들이 훨씬 건강해 진다고 한다.
무기력도 없어지고.
나도 어쩌다보니
그리스 해변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뜨거운 해변에 며칠째 누워있다.
그리스인데
해변의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이탈리아인들이다.
예전 같으면
지루했을 시간들이지만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파도 소리를 듣고
맥주나 홀짝거리는 게 다인
이 휴가가 참 좋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적이
몇 년 동안 하루도 없었으니까.
중요한 건 각자에 맞는
일과 휴식 발란스를 찾는 것.
김치찌개만 먹다 보면
까르보나라가 먹고 싶고
피자만 먹다 보면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 법.
사는 건
내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찾는 과정 아닐까.
나는 오늘 내 요리에 설탕을 한 스푼 더 넣어 본다.
지금까지 좀 짰던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