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아

1. (전편) 각자의 입장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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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남편을 잃은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솔직히 슬프다기 보다

이상하게도 속에서 소용돌이 같은 게 요동쳤다.





홍콩 출신의 그녀는 마흔 즈음

프랑스에서 패션 관련 무역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며

만난 프랑스 남자와 십 년도 넘게 동거하였지만

결국에는 남자가 바람을 피워 헤어졌다.


그 후,

중국 상해에서 새로운 일을 찾다가

십여 년 전 지금의 이탈리아 남편을 만나

쉰이 넘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이탈리아에서 남편과 지내던 중


남편이 갑자기 폐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되었다.


처음 수술 후에는 경과가 좋았다.


그 때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 친구를 문병갔더니,

면접실에서

우리를 위해 준비했다며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제과점에서 파는 파네토네(이탈리아에서 연말 및 연초에 먹는 단 맛이 나는 큰 빵)

와 맛있는 와인 한 병을 간호원 몰래 꺼내던 그였다.


그 후,

그는 그 나이에

자신이 좋아하던

요리를 정식으로 배우겠다고

요리 학교에도 성실히 다니며 인턴까지 잘 마쳤었다.



그런데, 일 년 쯤 지나

갑자기 집에서 호흡 곤란 증상이 일어나 바로

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지

며칠 후

나는 장례식장에서 그를 보게 되었다.


관 속의 그는

평소에는 입지 않던 클래식한 정장을 입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보다 머릿숱이 많이 줄어 있었다.




나는 세 시간도 넘는 거리를

달려서 도착했는데,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인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처음 만나는

그의 남동생으로 추측되는 사람과 그 부인과 어색한 인사를 하고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아

문자만 보내고 포기하고 그냥 집에 가려던 순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장례식장에 온거야?"

"응, 근데 너 왜 장례식장에 없는거야?"


"아, 파올로(남편 이름)랑 함께 알던 부부가 장례식장에 와서

잠깐 같이 나갔었어. 전화를 가방에 넣어놨어서 못 들었어."




그날 결국 그녀를 밖에서 만나고

뭔가 물어볼 말이 많았지만 다 물어보진 않았다.


"그런데, 파올로가 수의로 입은 옷 파올로 옷이야?"

"아니, 좀 어색하지? 동생 옷이야."


"왜 본인 옷을 입지 않고?"

"수의는 그렇게 단정한 정장을 입어야 하나봐. 근데 파올로는 그런 옷도 없고

이렇게 급하게 가서, 준비할 시간도 없었어서."




그녀는 그 와중에도 내 걱정을 했다.

나는 그게 또 이상했다.

그래서 이 와중에 네가 내 걱정을 하느냐고 말했는데

순간 내가 말 실수를 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위로를 하러 가서 위로를 받고 오는 인간이라니.

나는 역시나 위로 같은 건 못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애시당초 진심으로 위로할 마음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뒤죽박죽인 내 삶으로 돌아왔고,

그렇다, 나는 그녀를 위로할 여유가 없었다.



그 해 여름 그녀는 나에게 며칠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냐고 물었다.



"엄마, 나 죄책감이 드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친구랑 어디를 가고 싶지는 않아."

"가기 싫으면 가지 마."



나는 핑계를 둘러대고 거절했다.






그리고 밀린 여름 방학 일기처럼

시간이 갈 수록 내 머릿속에 그녀를 만나러 가야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의무감에서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정말 그녀를 만나고 그녀 집에서 하룻밤 같이 자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을 못하는 그녀는 내가 간다는 소식에

차로 20분 거리인 파올로의 산소에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다시 만난 그녀는 조금 수척해 보였다.


"그럼 장례식 후에 2달 동안 파올로 산소에 한 번도 안 간거야?"

"아니, 저번에 밀라노에서 파올로 친구가 왔었어. 그 때 한 번 그 사람 차로 같이 갔어.

얼마나 가고 싶었는데, 운전을 못하니까."


나는 이 질문을 할까말까 하다가 결국 아무렇지 않은척 물어보았다.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택시로 갈 수 있지 않아?"

"아, 택시. 이탈리아 택시가 얼마나 비싼데."


"산소까지 얼만데?"

"50유로(한화로 7만원 정도)도 넘게 나올 걸?"




파올로의 산소에 도착했다.

공동 묘지 내의 파올로 가족 묘는 웅장했다.






(후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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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편) 각자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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