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끝

프리울라노: 북부 이탈리아의 화이트 와인. 쓴 맛의 아몬드 노트가 특징.




동그랗게 말아서 어두운 구석에 가만히 나를 놓이고 싶었다.


"Come stai?(꼬메 스따이?: 이탈리아어로 '잘 지내?')"


나는 아직도 그가 정기적으로 보내는 이 문자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2년 전 베네치에서 혼자 이틀 밤을 잘 때도 그는 이 문자만 보내왔다.


"Come stai?"


그의 Come stai에서는

하드보드지처럼 딱딱한 책임감 외에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

나를 책임지라고 한 적이 없는데

그는 언제나 나의 존재 자체를 버거워 했다.

마지막 점심 식사에서 그는 말했다.


"가족을 만들고 싶지만,

너랑은 아닌 것 같아. 이제 우리도 그걸 인정해야지."


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고 점심에 따라나선

내 자신이 수치스러웠다.

7년간 어떻게든 말라 죽은 화초를 살려보려고

물도 주고 때 맞춰 해도 비춰주고

영양제도 뿌려 준 내 자신에게 모멸감이 느껴졌다.


나는 어찌할 지를 몰랐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

산더미 같은 스캄피 스파게띠와

싱그러운 프리울라노 한 잔을

그 따사로운 광장 테라스에 남겨 둔 채

무슨 정신에선지,

아니면 마지막 자존심이었는지 계산을 하고 먼저 걸어 나왔다.


그는 나를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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