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먹을게요




사업차 몇 번 만난 사람에게

비싼 저녁을 사게 되었다.


각자 접시에 음식이 나오는 형태였는데,

그 사람은

어쩐 일인지 그 비싼 음식을 자꾸 남기는 것이었다.




뭐, 그러려니 쿨하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거의 마지막 코스까지

음식의 반도 안 먹는 걸 보니

좀 돈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는 원래 음식을 남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적당히 시키고 깔끔하게 다 먹는 편이라

이번 레스토랑도 거하게 나오는 곳이 아니었음에도

음식을 남기는 그 사람이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애써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달달한 디저트가 마지막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 사람은 본인이 단 음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마침 나는 단 음식을 싫어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초콜렛 과일 젤리, 쿠키 등이 섞인

엄지 손톱만한 디저트들은

각자의 접시가 아닌 한 트레이에 담아져 나왔다.



이 때다 싶었다.


- 단 것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제 것도 드세요.

저는 단 걸 싫어해서.




몇 번 거절 후 그 사람은

자기 디저트를 비우고

내 디저트 두개를 더 먹었다.




나는 남은 나의 디저트 두 개를 더 그에게 권유했다.




- 저 정말 단 것 안 좋아해요.

드세요.

음식도 많이 안 드셨잖아요.





그 사람은 목을 다듬더니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 저는 제 양을 다 먹었습니다.

더이상 먹고 싶지 않아요.

왜 자꾸 강요하세요?

저는 먹고 싶지 않은데.











그리고 나는 '강요'라는 말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한 것이 배려가 아니었구나,

생각하는 데에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배려를 가장한 강요.

그것은 폭력이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옛날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 그 사람은 나한테

- 나 아기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랬지...



그리고,

그 친구는

내가 준비한 생일 파티를 부담스러워했지.

그래서 나는

그게 화가 나서 싸우고...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얼마나 많은 강요를 했나...

위한다는 이유로.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나는

상대의 기분과 의견을 묻지 않았다.



나의 의도가 선한 것이었건 아니건,


나는 나의 생각과 기분을 상대에게 강요했다.



이것은 상대의 자아를 무시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들은 반대로도 적용되는데,



나는 거절을 잘 하지 못했다.

상대가 당황할까봐.


큰 엄마가 맛 없는 음식을 만들어 와서 먹으라고 하면

나는 맛이 없어도 맛있다며 꾸역꾸역 먹었다.

상대가 민망할까봐.



나는 상대의 기분도 무시했지만,

나의 기분도 무시했다.





먼저 물었어야 했다.

묻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 사람이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은 기분도.

내가 식사로만 끝내고 커피는 같이 마시러 가기 싫은 기분도.

상대가 가끔 우울한 기분도.



그런 우리의 기분들을

이웃과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인사처럼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기분에는 죄도 없고 저의도 없다.



그저 우리는 그런 기분을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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