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다 모르겠는 날



가끔 불안이 밀려온다.


불안은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르는 생쥐떼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도 없이 찾아온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실제 일어난 것도 아닌데.

일어난다 한들,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것도 아는데.



손가락에 박힌 보이지 않는 잔가시만큼이나

사소한 어떠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불안은,



어느 순간

나의 하루를

나의 이불 속을 잠식해 버리고

급기야 내 인생이

더러운 진흙에 묻혀 가라앉아버릴 것 같은

공포에 숨이 막힌다.






그 누구도 나의 인생을

훼방 놓을 수 없다고 큰 소리치고 다니지만

밤길을 걷는

겁 많은 아이가 애써 부르는 즐거운 동요같다.







특히 일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다들 어떻게든 나에게서 머리카락 한 가닥이라도

더 뽑아 가려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도 그들에게 그렇게 느껴질까?

모르겠다.




정말 이불 속이 가장 안전한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친구와 통화를 하며 그런 말을 했다.



- 나 너한테 솔직히 이야기하는 건데,

한심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냥 누워서 핸드폰 보는게 제일 재밌고 편해.



내 멋쩍은 웃음에 친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 그럼. 그렇게 살아!

그렇게 살면 되지.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일까.

모르겠다.










예전에

정말 열과 성을 다해 돈벌기에

열심인 사람과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주말도 일요일도 없이 일했다.

가끔 사람도 속이고

필요하면 법도 무시하고 그런 사람이었다.


돈을 그렇게 열심히

많이 벌려고 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 동생은 결혼도 하고 애도 있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걔한테 잘 해주고 싶어요.

지금은 바빠서 얼굴도 잘 못보고 그러는데

나중에 뭐라도 해주고 싶고.



의외의 대답에 뭐라 대답할 바를 찾지 못했다.








가끔은

나에게 한계 따위는 없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가끔은

내 크기의 그릇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 저마다의 깜냥은 이미 정해져 있는걸까?







나는 왜 이리도 열심히 살려고 하는 걸까.


어떨땐 오기 같은 것 같기도 하고

체면 같은 것인 것 같기도 하고

비버가 강 위에 자기 집 짓는 것처럼

그냥 나뭇가지 하나 하나 나르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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