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섞지 않기



고마운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너무나도 고맙긴하지만

좋지는 않을 수 있는데


그런 것에 가끔 죄책감이 들었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감정이 고마운 감정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 둘은 다른 감정이고

그것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어릴 적에는

그것을 분리하는 것이 힘들었다.



딱히 이 감정 뿐만이 아니라

모든 감정들이 색이 다른 고무찰흙처럼 뒤섞여

어디까지가 경계인지

정확히 이것이 무엇인지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화가 나는 건지 싫은 것인지,

슬픈 것인지 증오인지.

좋아하는 것인지 단순한 호기심인지.




눈이 아프도록 강렬했던 색색의 감정들은

밤마다 내 뒤척임에 뭉치고 뭉쳐

어두침침한 진흙덩이로 변해

내 마음 속을 묵직하게 눌러왔다.









이제 모호한 것은 별로다.


심플하게 살고 싶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어떤 애매한 실낱 같은 희망에 의지하는 것도 싫다.



내 감정은

1867가지 팬톤 컬러만큼이나 명확하고

하나하나 예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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