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이라도
아무 타격이 없다가
어느 순간 뒷골이 얼얼할 정도로
정신이 번쩍 뜨이게 들릴 때가 있다.
스마트폰에 꼭 필요한 앱이 아니면
설치하지 않는 편이다.
되도록이면 회원가입도 하지 않고.
나에 대한 어떤 기록이 남는 것이 별로다.
그럼에도
일 년 전에 평소의 나같으면 절대 설치하지 않았을 앱을 설치했다.
감정 일기를 쓰는 앱이다.
말 그대로 있었던 일이 아니라 그 날의 감정을 적는 일기장이다.
게다가
일단 각각의 감정에 맞는 앙증맞은 찐빵 같은 이모티콘 캐릭터들이 있는데
오버스럽지도 않아 마음에 들었고 꽤 다양해서
생각보다 다양한 표정과 감정들이 존재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 당시
나는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자세하게 표현하고 싶었었다.
그런 것들이 고픈 나에게
이 앱은 호텔 뷔페 같았다.
그러다 일상에 바쁘고 하다보니
한 두 달 정도 사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스마트폰을 정리하다가
호기심에 그 앱을 다시 설치해 보게 되었다.
오! 일 년 전의 기록이 남아있었다.
어떤 신간보다도 설레여 읽기 시작했다.
감정도 습관이었구나!
그 사이 내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이렇게나 다른데,
느끼는 감정만큼은
마치 오늘 아침에 쓴 일기처럼 같은 감정이라
정말 뒷골이 찌릿할 정도로 놀랐다.
그리고 웃음이 났다.
감정이 습관이라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상관없는 그런
사실 별 것 아닌 것이었잖아.
답없는 메아리처럼 왜 왜 물으며
내 동굴 속으로 더 깊게 깊게 들어갈 일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느낌에 익숙한 것이었다.
그리곤
내 주변의 성가신 일들과 무거운 걱정들이
순간 스쳐지나가는 별 것 아닌 일상처럼 느껴져
느끼한 더블 치즈 피자 한 판에 코카콜라 원샷처럼
홀가분해졌다.
그 앱을 다시 열고 일기를 써야겠다.
캐릭터는 어떤 연계성인지 모르겠지만
샛노란 반짝이는 이모티콘이 의심심장한 미소를 짓다가
윙크를 하며 혀를 내밀고
별을 쏘는 것으로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