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라는 보드랍고 말랑한 생명체는 신선하다.
아이들은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서로 낯을 가리던 우리였는데
이번에 한국에 와서는 어쩐일인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작은 생명체군에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거니와
귀찮은 걸 싫어하는 나와 잘 맞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여
가까이한 적도 없고
이들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니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나 생각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가끔 당황스럽다.
이치들은 뽀얗게 쌓인 새벽의 첫 눈처럼 순수하다.
내가 걷는대로 발자국이 난다.
그것이 참 조심스럽고도 부담스럽고 소중하다.
내가 뭐라고 집에 오기를 기다리고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내 말이라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다 믿어버리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돌아다니며 밥을 안 먹길래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고 하였더니
어느 날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나에게 딱 앉아서 밥을 먹으라며 그렇지 않으면
죽도밥이 찾아온다고 알려줬다.
한번은 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런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언제 오냐 몇 번이나 묻는
너무나도 순수하게 나를 믿고 의지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역력한
그 잘 닦인 바둑알 같은 눈빛이
갑자기 부담스러워져 가슴이 답답했다.
통화를 급하게 끊고 이 상반된 이상한 기분은 뭘까
당황스러웠다.
생각해 봤는데
이런 이상한 감정이 아주 생소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나에게
정말 그냥
호감을 주었던
사람들.
나를 좋아하면 도망가고
다시 혼자이면 외롭고
그래서 항상 불안하고 그랬나.
나에게 무언가를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무엇이 그렇게 부담스럽고 답답했던 걸까.
서류를 읽으며 일을 하다
문득 다시 이 생각이 찾아왔고
뭔가 중요한 것 같아 여기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