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002년 빈티지 오르넬리아 마뇽 한 병을

맛있다고 양껏 다 마시고는

다음날 못 일어나는 게 더 즐거운 일인지,


딱 2잔만 마시고

아쉽지만 잠에 들어 다음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사람도 동물도 물건도...

팔딱거리는 심장까지 기쁜 마음으로 다 빼주면

즐겁고 좋긴 한데,

그럼 나중에 조금 슬퍼지는 시간이 오는 것 같다.



가끔 배려와 눈치를 구별하기 어렵듯이

집착과 사랑도 선을 유지하려면

삼시세끼 챙겨먹듯 수시로 제 정신을 챙겨야 한다.






올해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엄마와 아빠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점점 먼지처럼 사라져 가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자

순식간에

여기저기 흩어졌던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사하라 사막의 모래 폭풍처럼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나는 신나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 엄마는 120살까지 산다는데?

우리 때는 150살이래.

외할머니도 거의 100살이잖아.

그러니까 그 말이 진짜 맞다니까.



작년까지만해도

뒤돌아 보며 나를 재촉하듯 빨리 걷고

무거운 화분도 번쩍 들어올리던 양반이

올해는 정말 6시 내고향에서나 보던 할머니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살면서 여러가지 일을 겪는 것은 다행인 것 같다.

사람이란 이렇게 저렇게도 변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그 싱싱하던 심장이 급속 냉동 건조 딸기마냥 바스스 부서지는 것을 느꼈는데


그러고 나니

많은 일들에


-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다.

나도 너도.


마음의 백신을 맞고 이겨냈으니

이제 어느정도는 끄덕없겠지.







몇 달만에 다시 만난

네 살 조카는

내 말을 잘 듣고 나를 좋아한다.


- 아가씨랑은 저렇게 사이가 좋은데

아무래도 제 잘못일까요?

저도 애랑 좀 거리를 둬야 잘 지낼 것 같은데.






한국의 겨울은

모든 걸 초저온 급냉시켜

가루로 만들어 날려버리는

힙한 날씨이다.

진짜 겨울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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