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6일


어제 아침에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모카포트에 커스텀 원두를 내려 우유 좀 부어 마셨는데...

지난밤 잠을 두 시간 밖에 못 잤다...

아침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제 저녁 와인 강의 행사가 있어서 피곤하면

바로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커피 좋아하는데 안타깝다...

잠 아니면 커피 둘 중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다니.


술 좋아하는데 술 약한 사람들이나

게장 좋아하는데 갑각류 알러지 있는 사람이 이런 기분이려나...


4시에 자서 6시 기상.

아쉬탕가 2시간 하고

오는 길에 날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장을 보러 갔다.


그리고... 시장에서 말로만 듣던 이탈리아 블루크랩을 발견했다!

그것도 힘 좋게 살아 있는 실한 놈으로!


친구 추천에 따라 쪄 먹기로 하고,

장 봐 온 것들을 정리하고

이제 쯤이면 게가 죽었겠지 하고 싱크대에 청게를 풀었는데

너무나도 멀쩡하게 살아 있어서

게나 나나 서로 눈 마주치고 당황했다.


그리고는

바로 게가 겁에 질려 집게발을 들고 나를 노려보면서 방어태세를 취하는데

도저히 내 손으로 죽일 수가 없었다.

산낙지 탕탕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친구는

손도 있고 다리도 있고 몸통도 있고

결정적으로 또롱또롱한 눈망울...

음식이라기 보다

순간 애완동물로 느껴져 나도 모르게 이름을 뭐라고 지어 줘야 하나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급하게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으니

게는 10도 이하면 동면 비슷한 잠에 들어 기절 모드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 때

손질하고 요리를 하면 된다고 한다.

냉동실 얼음을 몽땅 털어 고이 덮어 주었다.


깊은 잠에 들기를 기다리면서

또다시

게와 산책을 하려면 하네스를 어떤 식으로 채워야 할까를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멋쩍어졌다.



충동적으로

파김치, 무김치, 배추 김치도 담그고

미네스트로네랑 치킨 카레도 한 솥씩 끓였다.

사과 퓨레도 만들고,

저번 밀라노 파티에서 먹었던 디저트도 기억을 더듬어 따라해 봤다.



5년에 한 번 꼴로 전화를 걸어 주는(한 번 시작하면 서너 시간 통화)

친구의 고민도 듣고

ADHD라든가 야식이라든가 하는 잡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을 먹고, 처음 시도해 본 디저트도 맛있게 먹고

번역을 마무리하니 자정이다.



안성탕면 하나 끓어 먹을까... 고뇌하는 가을 밤.



매거진의 이전글2023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