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5일


어제 꾸역꾸역 산에 갔다가

저녁에 잠깐 일하고 새벽에 잤다.

정오까지 아침에 아무도 나 깨우지 말라고 선포하고 잠.


그리고 진짜 12시 40분까지 기절하듯 자다

밥먹으러 일어나서

세수도 안 하고

스펙, 모르따델라, 로스트비프랑 따뜻한 호박빵이랑

페스토 스파게티에 파르미자노 뿌려 먹고

와인 마시고 토마토 미트볼에, 치킨 프로슈토 롤, 버터 시금치, 감자 구이, 페페로나타,,,

굴러다니던 소비뇽...

클레멘티나에 푸딩, 커피까지 야무지게 먹고...

개 좀 쓰담쓰담 하다가...

무화과 나무 잘 자라나 바깥 공기 좀 쐬다가...



이런 인생에 감사하지 않아서는 안 되지 싶어서

잠깐 혼자만의 기도 시간.


좀 나아졌는데

몸이 아직도 찌뿌둥해서

저녁에 또 일부러 시내에 나가서 산책했다.


요코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잠깐 스쳤다.

즐거웠었다. 좋은 추억.




거처를 옮길까 생각 중이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무래도 미래 투자 개념도 생각하고 사야하지 않을까라고 했다가...

'아니, 미래가 남으면 얼마나 많이 남았다고

그냥 살고 싶은 집 사, 이것저것 재고 생각하지 말고.'

라는 말을 듣고 웃기면서도 머리에 찬물이.


언제까지 돈만 벌고 어쭙잖은 투자만 할 건가.


그래서 돈 다 쓰고 죽는 게 내 목표라고 했더니

돈은 오늘 저녁에도 반나절이면 다 쓸 수 있다고 그런 걱정은 말라고.

으악. 이것도 맞는 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몇 십 몇 백에 인상쓰고 고민했던 게 너무 세상을 작게만 본 것 같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



너무 한 곳에 빠져들지 말아야지.




누군가에게 안타깝다고 말하는 건

정말 독단적이고 오만한 생각 같다.

보통은 당사자의 생각이나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본인의 얼마나 대단하고 정확한 기준으로

누군가를 불쌍하게? 안타깝게? 여긴다니.


그런 사람 치고

본인의 삶에 만족하는 이가 드물지 않을까.





될 일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되는 것 같다.

좀 무서운 얘긴데

고의건 아니건 알 수 없으나

나한테 상처 준 사람들은 결국

당시 나한테 상처 준 무기들을 잃게 되는 듯.

그래서 뭔가 무서우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더군.


남한테 아예 상처 주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러지 않도록 노력은 할 수 있으니까.


사실, 어차피 나랑 상관없는 타인들인데

복수를 떠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예 신경쓰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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