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코와 나

입의 순기능

요코와 나: (tesoro[테소로] 이탈리아어로 보석)





내 표정을 읽은 요코가 말했다.



- 그에게 화난 것 맞지? 네 감정을 표현해.


- 그래 봤자 이제 소용 없어.


- 테소로, 네 감정에 옳고 그름은 없어. 그리고 그걸 표현하는 건 언제나 소용 있어.



(*tesoro[테소로] 이탈리아어로 보석. 사람에게 사용하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을 의미)



밤 10시 아슈탕가 요가가 끝나면 우리는 산자코모 성당 앞 구석에 위치한 중국식 만두집으로 향했다.

그 시간까지 차분히 앉아서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는 그 곳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스무살이 넘은 아들을 둔 우리 나이대의 중국 여자분이 주인이었다. 그 첫째 아들은 서빙과 배달을 맡고 있었다.


주인은 자주가는 우리를 언제나 밝은 얼굴로 맞아주었다. 입이 큰 편이었는데,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10번 군만두 하나에 라스코 맥주 대자 하나! 맞죠?




요코와 나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만나면서도 언제나 서로의 안부를 진심을 다해 물었다.


- 요코, 잘 지냈니? 오늘 기분은 괜찮니?


그리고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서로에게 성실하게 설명했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언제나 만두집의 마지막 손님이 되곤 했다.



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요코가 한 말이 귓속을 맴돌았다.


네 감정을 표현해.

네 감정에 옳고 그름은 없어.

그리고 그걸 표현하는 건 언제나 소용 있어.




상처 받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을 때


-니까짓 게 아무리 상처줘 봐라.

난 아무렇지도 않고, 겁나 쿨해서 그런 따위 신경도 안 쓴다고.


같은 뜻이 아닐까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 그럼 나 아프단 말이야!

- 너의 그런 말이 나에게 상처를 줘!

- 나 지금 너한테 화가 나고 슬퍼!


라고 즉시 너의 눈을 보고 말할 수 있는 상처 받는 연습을 해야한다.





입의 순기능은 디저트 섭취가 아니다.


우리는 소리를 질러 분노를 표현하고,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말하고,

기쁠 때는 자지러지게 웃는 입을 가진 유기생명체였다는 사실을 가끔 잊고 지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살아있니? 살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