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

by 알리

태권도 학원에 쭈니를 기다리던 오후 5시경, 혼자 내 옆에서 또봇 XYZ 1인 다역의 놀이를 하던 미니가 물었다.


" 엄마. 엄마는 커서 뭐하고시퍼요?"
"엄마는.. 벌써 다 커서 이제 더는 못 커.. 미니는 뭐 하고싶은데?"
"저는요. 엄마가 돌아가지않고 계속 저하고 같이 있는거요."

뿌옇게, 연하게 행복감이 느껴졌다. 녀석의 동그란 눈동자와 야무진 붉은 입술이 한눈에 들어와 사랑스러웠다.

"미니가 엄마 죽을까봐 걱정되는구나. 근데, 걱정마. 엄마는 니가 다 클때까지 어디 않가. 40년 50년은 더 살아. 그리고 만약에 엄마가 아주아주 나중에 죽어도 그때는 미니도 부인이랑 아들 딸이 옆에 있어서 괜찮을거야.... 근데, 미니야, 사람은 영원히 살수는 없어. 누구든지 다 죽는거야. 그치만 엄마는 아직아직 멀었어."

"네..에...."
녀석은 등을 돌리며 공벌레처럼 동그랗게 몸을 웅크렸다. 녀석의 뒷모습은 작은 눈사람 같았다. 가늘게 울컥하는 아이의 목소리는 아직 어렸다.

"미니야. 왜그래? 슬퍼서 그래?"
내 한마디에 어린 마음은 허물어지고 결국 눈이 마주치자 울음을 터트렸다.

녀석을 나는 꼭 안았다. 우리 사이에 작은 틈도 허용하지 않은채 아이를 가슴에 붙이고 안고 또 안았다. 녀석의 머리는 내 어깨뒤로 넘어갔고 엉덩이는 내 허벅지에 닿았다. 목소리보다 몸이 먼저 크고 있었다. 나는 울음이 그치지않는 미니를 달래었다.
" 엄마 절대 안죽으께. 너랑 평생 있으께."

나도 어린시절 엄마가 죽는꿈을 몇차례 꾸곤 했다. 아마 엄마에게 의지하는 마음만큼 불안감이 있었던것이다. 미니에게 또한 나란 존재는 자신의 생존을 손에 쥔 절대자인 것이다.

자식은 부모를 사랑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 감정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애착이다. 그래서 스스로 생존가능함을 확인하게 될 즈음 엄마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은 옅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서운할것도. 기대할것도 없다.

그냥 오늘같은 기억 몇몇개가 녀석이 내게 주는 먹거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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