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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게 돈을 쓰면 다시 돌아온다.

더해빙

by 꽃피랑

나는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르듯이 성격도, 인생에서 만나는 일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자기 계발서들은 보통 자신이 혹은 누군가가 성공한 경험을 사례로

'이렇게 해야 성공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가르치는 것 같았다.

특정인이 성공한 방식을 내가 따라 한다고 해서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항상 그 점이 의심스러웠고 네가 성공하지 못한 건 네 탓이라고 가스라이팅하는 것 같아서 읽기 불편했다.


'더해빙'은 자기계발서와 종교에세이의 중간쯤에 있는 것 같은 책이었다.

주요 화자인 이서윤이 행운의 여신처럼 묘사된 부분이라던지, 지금 하려는 소비가 해빙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해빙모션도 살짝 거슬렸다. 과학적 근거와 논리에 익숙하다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설명을 읽을 때는 이게 뭐지? 싶었던 것 같다. 해외유학까지 다녀와서 다국적 기업의 이사로 근무했던 저자가 월급이 스쳐 지나갔다는 내용도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몇몇 부분이 살짝 의심스럽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이미 기독교인이라 믿음.이란 것에 익숙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교리를 믿는, 그런 믿음이 아니다.

내가 어떤 어려움에 빠져도 신은 나와 함께 하고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해빙도 어찌 보면 범사에 감사하라는 기독교적 메시지와 닮아있었고 상생 역시 네 몸같이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보여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돈을 쓰면 오히려 돈이 돌아온다.

그건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어쩌면 그것 역시 믿음에 가까운 명제다.

그걸 믿는다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고

못 믿겠다면 지금처럼 살면 된다.

하지만 돌아올 돈부터 계산하면서 돈을 쓴다면 행운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힘들 것이다.


돈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여행을 하면서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어쩌면 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라는 기회로 이번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돈이 나랑 친해지고 싶은 건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해빙을 실천한다고 해서 마지막 페이지에 나와있듯이 내 인생이 부와 행운만이 가득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삶은 고통에 가깝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어려움 속에서도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찾은 의미가 내 삶을 지탱해 주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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