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속성
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돈에 대해 무지하고 금융문맹에 가까운 편이다. 젊을 때는 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정당하게 버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돈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소위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해서는 딱히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내 주변에서 내가 본받을 만한 부자들을 만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공고해졌는 지도 모르겠다.
'돈의 속성'은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거나 따르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돈으로 인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돈을 대할 때 가져야 할 관점과 태도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가 알려주는 것들을 따라 하기란 쉽지 않다. 책에 대한 콘셉트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돈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그가 돈을 버는 과정에서 경험한 인생의 지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는 돈을 버는 능력, 모으는 능력, 유지하는 능력, 쓰는 능력이 있으며 이는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버는 능력, 혹은 모으는 능력에 대한 자기 계발서들은 많지만 유지하는 능력과 쓰는 능력에 대한 책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돈을 벌 때도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보통 내가 봤던 부자들은 '돈을 버는 것에는 윤리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고 누가 되든, 먼저 수익이 될만한 것을 발견해서 가져가는 것이 임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돈을 벌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바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글을 보며 역시 최상위 부자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대기업도 더 이상 꿈의 직장이 아니며 임원이 되기보다는 창업을 하라는 말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무슨 직업을 갖는다 해도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정상이 아닌가. 소위 잘 나간다는 대기업에 들어가서도 언제 잘릴지 불안해하며 퇴직 이후, 창업할 궁리를 해야 하는 사회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턴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런 나에게 저자는 돈을 모아서 노동소득 외에 다양한 자본소득을 만들어서 해방되라고, 독립하라고 권유한다. 내 마음대로 살면서 소득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금융 관련 단어도 공부하고 조금씩 투자도 해야 할 듯하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난관들을 만나게 되겠지만 돈의 노예가 아니라 사이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