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성 의무
몇 달 후, 조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단체문자를 받았던 사람 중 하나가
‘조 의원이 당원들에게 단체 지지문자를 보내 여론조사가 왜곡되었고 선거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도와드린 그 문자인 건가? 역시 그때 냉정하게 거절했어야 했나.’
조 의원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쩐지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하나뿐인 동료였던 정하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지원관님.. 저 여쭤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무슨 일이시죠?”
“저… 사실 지난번에 모두들 출장 가셨을 때 사무실에 혼자 남아있다가 조 의원님이 부르셔서 단체문자 보내는 걸 도와드렸거든요?”
“네? 그거 위험한데? 선거 관련해서는 의원님이 요구해도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곳에 문의해 보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야 도와드릴 수 있다고 말씀드리면서 넘어가야 돼요.”
“그래요? 저 어쩌죠?”
“제가 아는 분은 의원님이 잠시 선거피켓만 대신 들어달라고 해서 들고 있다가 기자한테 사진 찍혀서 결국 해고된 사람도 있어요.”
“그 정도예요?”
아직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
후회와 두려움으로 어두워지는 내 얼굴을 보며 정하윤이 말했다.
“사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말끝을 흐리자 나는 더 궁금해졌다.
“뭔데요?”
“사실 조 의원님이 다른 직원에게 나는 지연 씨가 알려준 대로 문자 보냈을 뿐이라고 했대요.
나는 이런 거 할 줄 몰라서 그 친구가 알려준 대로 했다고.
저는 상황을 잘 몰라서 그게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오늘 지연 씨에게 들으니 상황파악이 되네요.”
“네? 뭐라고요?”
분명 도와달라고 하며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던 사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건가.
그가 책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이름까지는 언급하지 않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머리를 세게 맞은 듯 잠시 멍해졌고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며 정하윤이 불쌍하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띠는 것처럼 느껴졌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그날 이후, 혹시 경찰이 나에게 전화하지는 않을까?
내부에서 조사를 받거나 경위서를 작성하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밤에 자려고 눈을 감으면 최악의 상황이 떠올라 잠이 오지를 않았다.
어쩌다 잠이 들었다가 죄수복을 입고 재판을 받거나 해고되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변명이 통하지 않았는지 나에게까지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검찰은 그에게 300만 원을 구형했지만 결국 50만 원이 선고되어 다행히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후진술에서 그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더 이상 정치하지 않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나 역시 이제 아무도 믿지 않기로 했다.
여러 지방의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가상의 의회와 가명으로 만든 다큐픽션 형식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