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빅브라더 같아.

통제와 허용 사이에서

by 꽃피랑
나도 엄마처럼 아이를 대하고 있는 걸까?


작년부터 딸아이가 야구에 푹 빠졌다. 원래도 핸드폰, 게임, 각종 유튜브를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야구 시즌이 시작되면 거의 매일 몇 시간씩 경기를 본다.


얼마 전, WBC 한국-호주전에서 한국이 승리한 날이었다.

아이와 남편은 기쁨에 들떠 새벽 1시가 넘도록 TV앞을 떠나지 못했다.

문제는 그날이 월요일이라는 것이었다.

중학교 입학 후, 학습량이 많아져서인지 평소에도 학원에서 졸고, 점심 먹고 나면 피곤하다던 아이였기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당장 TV 꺼!"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남편이 말했다.

"12시 반에 자나 1시에 자나, 별 차이도 없는데 그냥 놔둬."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화가 나서 리모컨으로 TV를 꺼버렸다.

아이는 역사적인 순간이라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었는데 엄마 마음대로 꺼버렸다며 엉엉 울었다.

남편은 "왜 별것도 아닌 걸로 애를 울리고 그래."

이러면서 아이를 달래주었다.

아빠에게 안겨 울던 아이가 툭 던지듯 말했다.

"엄마는 빅브라더 같아. 맨날 나를 통제하려고 하잖아. 그러다가 뜻대로 안 되면 화내고 또 금방 풀리고."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엄마가 나에게 했듯이 아이를 대하지 말아야지.'

늘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를 대했는데.

엄마에게 비판받으며 상처받았던 내가 이제는 아이를 평가하고 통제하는 엄마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해 보면 몇 년 전, 나도 감정에 휩쓸린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숙제도 하지 않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 아이에게 그만하라고 몇 번 말하다가, 결국 비닐우산으로 엉덩이를 때린 적이 있다.

세게 때린 건 아니었지만 아이는 그것만으로도 겁에 질려서 울었다.

다음날, 나는 아이에게 사과했다.

엄마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위협해서 미안하다고.

아이는 사과를 받아주었지만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너무 심했나 싶어 며칠 동안 아이가 밤에 무엇을 하던 내버려 두고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아침 9시가 조금 넘어서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어쩌지? 나 지금 일어났는데.."

매일 늦게까지 핸드폰을 하더니 결국 늦잠을 잔 모양이다.

잠시 후, 담임선생님이 전화하셔서 '미인정지각'으로 기록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전화를 끊었지만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밤늦게까지 핸드폰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

건강에 좋지 않은 라면과 떡볶이, 탄산음료만 찾는 아이를 나는 어디까지 허용하고 또 어디쯤에서 멈춰 세워야 할까?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것과 통제하는 것 사이에서 자주 길을 잃는다.

어쩌면 부모란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길을 찾아가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아이 혼자 걷다 넘어지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할 수도 있겠지.

그때마다 나도 흔들리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처음부터 그 길은 위험하다고 막아서기보다 아이 곁에서 함께 걷다 필요할 때 도와주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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