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큐픽션] 지킬박사와 하이드(2)

카메라 속 세상은 현실과 다르다.

by 꽃피랑

시민들을 대표하는 의원이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김병수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초선이었다.

어디를 가나 의원님 오셨다고 준비된 자리로 안내하고 식당에서도 직원들이 반찬을 가져다준다.

처음에는 그런 것들을 어색해하고 사양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점점 당연해지고

나중에는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은 온화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경우도 생겨난다.

박세준 의원 역시 처음 정책간담회가 열릴 때만 해도 자기 역시 의회에서 일해봐서 안다며 직원들과 의자를 정리해주기도 했다.

나는 먼저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리면서도 그가 괜찮은 의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행감에서 생방송을 송출할 때 잡아먹을 듯이 소리 치르다가도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악수하는 걸 보면서 살짝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감이 한창이던 어느 날,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그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취임할 때 박세준 의원님이 직원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게 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정말 우리를 위하는 의원이 오셨다는 생각에 기뻤고 앞으로 합리적 의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행감을 받는 국장, 과장들은 직원이 아닌가요? 모두 30년 이상 성실하게 근무했던 사람들인데 그렇게 막 대해도 됩니까?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을까요? 돈을 떼어먹었습니까? 그런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면 의원님께서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해서 좋아하실까요? 모두 우리 시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서 이 자리까지 오신 분들이니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주셨으면 합니다. 의회와 집행부는 시민을 위하여 있는 조직으로 상호 협력 보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원님들 제발 자제 좀 부탁드립니다.


무명게시판은 원래 의원이 볼 수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박세준 의원에게도 이 글이 공유되었다.

그는 행감장에서 "자신은 시민들이 자신에게 집행부를 감시하라고 맡긴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갑자기 감정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깜짝 놀라 팀장님께 박 의원이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팀장님은 ‘악어의 눈물’ 일뿐이라며 전혀 신경 쓸 것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실이었던 걸까.


바로 다음 날, 그는 앞으로 예산결산 심의, 주요 업무 보고 등 모든 일에 있어 행감처럼 집행부를 감시하겠다며 더 강경한 태도로 바뀌었다. 카메라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혹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그를 보며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 역시 그의 시험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큐픽션] 지킬박사와 하이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