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큐픽션] 지킬박사와 하이드(3)

청년정치인의 민낯

by 꽃피랑

박세준 의원은 대학생 때부터 청년협의체와 각종 위원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몸담았다고 한다.

이후 광역의회에서 열심히 일했고 A지역 국회의원의 눈에 들어 공천을 받았다.

처음에는 나에게 깍듯했던 그였지만 사소한 일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눈치가 없고 꼭 말로 해야 알아듣는 내 탓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팀장님이 안 계신데 전화가 울리길래 당겨 받았더니 박세준 의원이었다.

그의 업무지시를 받아 적고 있을 때 팀장님께서 자리에 오셨다.

나는 별생각 없이 “의원님, 팀장님께서 자리에 오셨는데 바꿔드릴까요?”하고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는 “네. 바꿔주세요.”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팀장님께 들은 이야기지만 그는 그게 상당히 기분 나빴다고 한다.

팀장님은 앞으로 박 의원에게 전화가 오면 끝까지 받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다.




며칠 뒤, 박세준 의원이 요구한 자료가 왔는데 의원님이 부재중이었다.

나는 카톡과 메일로 전달하고 의원님께 자료를 송부했다는 카톡을 보냈다.

거의 퇴근 시간이 다 되었을 때쯤, 그에게 카톡이 왔다.

자료를 출력해서 책상에 놓아달라고 답메일을 보냈는데 왜 안 놓았냐는 질책이었다.

그는 앞으로 자료가 올 때마다 카톡과 메일, 출력 3종 세트로 준비해 달라고 했다.

나는 ‘카톡으로 말했기 때문에 당연히 추가로 필요한 게 있다면 카톡으로 요청할 줄 알았는데.

왜 카톡을 놔두고 메일로 답을 했을까?’ 생각하면서 또 넘어갔다.

여기서 나는 그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음을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때까지도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이때도 그는 팀장님을 불러서 본인이 광역에서 일할 때는 아침 7시부터 밤 10시 넘어서까지 일했는데

지금 정책지원관은 열심히 의원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지원관은 나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나와 정하윤 지원관을 비교하며 정 지원관이 조례를 만들면 각 조항마다 예상되는 질문과 답변까지 정리한 다음, 제본해서 주는 반면 나는 요청하지 않으면 별도 자료를 챙겨주지 않는다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내가 무능해서 그런 탓이겠지만 핑계를 대자면 그는 의욕에 넘쳤기 때문에 한 회기에 혼자 5개가 넘는 조례안을 낼 때도 있었다. 그것도 팀장님과 내가 다른 지역 조례나 A시 현황을 검토한 후, 제정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설득해서 그 정도였다. 사실 만들어진 조례안에 대한 예상질문과 답변 자료보다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조례안에 대한 설득자료를 만드는 게 더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 조례를 만들어서 보도자료라도 내고 싶은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작년 기준으로 나는 20개의 검토보고를 했다. 그중 3~4개를 제외하고 다행히 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삽질 같은 가짜노동을 해야 했다.


팀장님은 박 의원에게 찍힌 내가 안쓰러웠는지 박 의원이 나에 대해 했던 말을 전해주며 앞으로 유의해야 할 것 같다고 알려주셨다. 심지어 그의 사무실 창가 근처에서는 사적인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박 의원이 보기에는 내가 할 일 없어서 전화통화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일이 일어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큐픽션] 지킬박사와 하이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