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무의식을 만나는 순간

미라클 가족세우기

by 꽃피랑

영화 인셉션을 보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무의식이 의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코브는 아내인 멜에게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 잘못된 무의식을 심어주었고

그것은 그녀가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게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그녀는 자살하고 말았고 코브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래서 꿈을 꿀 때마다 항상 멜이 등장해서 엉망으로 만든다.


나 역시 꿈을 많이 꾸는 편이라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다.

하지만 꿈에서 깼을 때는 생생하지만 1~2시간이 지나고 나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과 실수, 그리고 가족세우기는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들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조남희 교수님이 인도하는 미라클 가족세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았다.


사실 가족세우기에 대해서는 아무 사전정보가 없었다.

그냥 다른 분들이 대역하는 걸

마냥 신기하게 보고 있다가

어느덧 내 차례가 되었다.


얼마 전, 온라인 독서모임을 같이 했던 비티오님은

나에게 전자책을 써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나는 쓰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아직 부족한 것 같아서 겁이 나고 망설여졌다.

나는 가족세우기의 주제로 내 두려움의 정체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 대역을 맡으신 분은 자꾸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고.

글과 관련된 일을 하시냐고 물었다.

매일 보고서를 쓰고 조례를 만들거나 오탈자를 보고 있으니 글과 관련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대역인 분은 사실 이번 가족세우기에서

처음 뵙는 분이었는데

어떻게 나를 느낄 수 있는 건지, 그 부분도 신기했다. 그녀는 전혀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미래의 내 일.을 대역으로 세웠다.

그녀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 무의식은 함께

손뼉 치며 춤을 추었다.

즉, 내 무의식과 내 일이 나를 이끌고 있는데

이성적인 영역의 내 의식만이

나는 못할 것 같다..고 잡혀있는 형국이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내 무의식과 미래의 일을 만났고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축하해 주었다.

오자마자 이런 무의식을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다른 세션에서는 내가 다른 분의 무의식을 대역하기도 했는데

무심코 했던 표정이나 손짓까지 다 의미가 있어서

그런 부분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조급증이 있거나 스스로 분노를 숨기고 있는 것 등

어쩌면 나에게도 있는 문제들의 대역을

내가 맡으면서 나 역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예전에는 굿을 통해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냈다면

요즘은 가족세우기나 상담을 통해

자기도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참여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격려를 얻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럴까.

내 마음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한 번쯤 참여해 봐도 좋을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싫어하는 사람과 공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