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편과 결혼한 이유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by 꽃피랑

남편은 좋게 말하면 가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집돌이다.

결혼할 때 친구에게 연락해 보라고 했더니 자기는 친구가 없다고 말해서 황당할 정도였다.

출근하면 모니터만 보며 일만 할 뿐, 동료들의 개인사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남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묻는다.


"그런데 남편과 왜 결혼하셨어요?"

"음..."


나는 왜 남편과 결혼했을까?

우리는 같은 회사, 심지어 같은 팀에 근무했다.

그가 대학생일 때 갑자기 아버님께서 돌아가셨고 유산과 관련하여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제대 후에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다가 내가 일하던 회사 인턴으로 지원했다.

말이 없었지만 꼼꼼하고 일을 잘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와 동갑이라는 거 외에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기억나지를 않는다.

우연히 출근하는 버스에서 만나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가 첫 정규직 월급을 받아서 퇴근하던 길, 함께 떡볶이를 사 먹기도 했다.


어느 날, 그는 나와 단둘이 퇴근하는 길에

대학생 때 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집안 형편이 어렵고 벌어놓은 돈도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눈치 없는 나는 '참, 힘들었겠구나..'생각하면서 듣기만 했는데

그의 입장에서는 '이래도 나와 가까워지고 사귈 수 있겠니?'라고 사인을 준 것이었다.


그와 사귀게 되면서 다른 조건들은 모르겠지만

사람이 진실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것도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았고

가치관이 비슷해서 이야기가 잘 통하는 점도 좋았다.


함께 살아보니 TV를 너무 많이 보는 데다

오래된 물건도 안 버리는 등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가끔 돈 잘 벌거나 성공한 남편과 사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하지만 집안일이나 육아도 잘 분담하고(본인은 자기가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ㅋ)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분야에 있기에 서로 할 이야기가 끊이지를 않는다.


결혼 전에는 혼란형 혹은 불안형 애착형처럼 감정기복이 심하고 다른 사람을 못 믿었는데

이제는 안정형으로 달라진 것 같다.

남편 역시 밖에서는 여전히 회피형이지만 결혼하고 나니

전보다는 훨씬 사람이 부드러워졌다는 말을 듣는다.


내 옆에서 쓴소리도 많이 하지만 내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상처받을까 봐, 나름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라는 거 아니까.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 그와 결혼하기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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