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호박파이
김 빠진 콜라, 눅눅한 감자튀김, 케첩밥···. 나는 입맛이 특이하다. 아니, 특이한 걸 떠나 무던하다고 해야 할까? 대부분의 음식이 맛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맛이 상상이 안 될수록 더 먹어보고 싶다. 청어호박파이도 그랬다. 청어파이는 영화 '마녀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메뉴이다. 할머니의 부탁을 받은 키키는 파이를 손녀에게 배달한다. 그 손녀는 이렇게 말하지.
"난 이 청어파이 좋아하지 않아."
퉁명스러운 손녀의 대답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편으론 맛이 궁금해진다. 청어파이는 대체 무슨 맛일까? 미트파이는 들어봤어도 생선이 들어가는 파이라니!
궁금해하던 도중, 코리코 카페에서 청어파이가 나왔는 소식을 들었다. '청어가 안 들어가네. 아쉬워라.' 외관은 키키 속 청어파이와 똑같았지만 내용물은 미트파이였다.
"하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메뉴를 팔 순 없지." 이해는 되지만 더 궁금해졌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직접 만들자.
재료
청어초절임, 버터, 단호박, 계란, 올리브, 올리브유, 가지, 애호박, 파프리카, 토마토, 양파, 마늘, 토마토퓌레, 생지
조리방법
청어를 버터에 굽는다.
단호박을 삶아준다.
단호박 껍질을 잘라낸다.
단호박을 으깨 접시에 깔아준다.
구운 청어를 단호박 위에 얹는다.
올리브유에 양파, 마늘, 파프리카, 토마토, 가지, 애호박을 구워준다.
구운 야채에 토마토퓌레를 넣고 졸여준다.
청어 위에 야채들을 얹는다.
생지를 얹고 꾸며준다.
데코 한 생지에 계란물을 묻힌다.
통올리브를 올려준다.
180도 25분으로 구워주면 완성이다.
작은 팁
청어초절임(시메니신)이 덜 비리다.
데코에 정신이 팔려 치즈를 깜빡했는데, 생지를 얹기 전에 모차렐라 치즈나 슈레드 치즈를 넣으면 훨씬 맛있을 것 같다.
계란물은 적당히 바르자. 듬뿍 발랐더니 좀 탔다.
***
청어 파이는 대성공이었다. 청어를 넣으면 비릴 것 같아 청어초절임을 넣었는데, 그게 신의 한 수였다. 비린내는 사라지고 감칠맛이 끝내줬다. 속재료도 토마토 베이스라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고구마무스같이 부드러운 단호박, 짭짤한 생선, 달달한 야채, 아삭하게 씹히는 파프리카, 바삭한 생지까지. "우왓! 이거 진짜 맛있잖아?" 게눈 감추듯 해치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