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쟁이 동생

열빙어 도시락

by 보나

영화 토토로를 보다 보면 어린 동생이 언니를 따라 하는 장면이 꽤 나온다. "저 마음 잘 알지." 나 또한 언니 따라쟁이였다. 내가 하도 언니를 따라 하니까 부모님께선 물건을 똑같이 사주셨다.


"옷 사 왔어~"

"감사합니다!"

"잘 입을게요!"


그때부터 시작된 동상이몽


'안 돼.. 또 동생이랑 똑같은 옷이야..'

'아싸! 언니랑 똑같은 옷이다!'




어린 시절, 나는 언니 껌딱지였다. 하교 시간이 달랐지만, 늘 언니를 기다리다 같이 집에 갔다. 붕 뜨는 시간 동안은 여행을 떠나곤 했다. 말이 여행이지, 집과 반대 방향이라 평소에 잘 가지 못하는 문구점을 가는 거다. 거기에 가면 보통 지우개를 샀다. 연필을 사용했어서 샤프는 살 수 없었고, 지우개가 가장 만만했기 때문이다.


***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가방 속 받아쓰기 공책을 꺼낸다. 찌익- 한 장 찢고 지우개 하나를 돌돌 말아 포장한다. 그러면 얼추 언니가 마칠 시간이 가까워진다. 언니 반 뒷문에 서서 기다리다 보면, 언니가 나온다.


"많이 기다렸지. 오늘 종례가 늦어졌어."

"괜찮아. 나 언니한테 줄 거 있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종이를 건네준다.


"오늘은 검정 지우개네? 고마워~"

"나도 똑같은 거 사도 돼?"

"그래라~"




영화에 나오는 동생 메이는 미취학아동이라 도시락을 쌀 필요가 없지만, 언니를 따라 도시락을 먹는다. 그때의 장면을 재연해보고자 한다.


언니 사츠키의 마음으로 도시락을 싸 보자

재료

열빙어, 올리브유, 매실절임(우메보시), 강낭콩, 틸라피아, 쌀밥


조리방법

쌀밥을 짓는다.

틸라피아를 삶아준다.

삶은 틸라피아를 잘게 찢어준다.

틸라피아에 매실절임 즙을 따라 색을 입혀준다.

틸라피아에 설탕을 뿌리고 프라이팬으로 덖어 물기를 날려준다.

열빙어를 구워준다.

강낭콩을 삶아준다.

도시락통에 밥, 강낭콩, 열빙어, 틸라피아로 만든 생선가루(사쿠라덴부), 매실을 얹으면 완성이다.


작은 팁

매실절임에서 나온 즙은 매우 짜므로 틸라피아에 소금 간을 하지 않는다.

열빙어를 구울 땐 기름을 듬뿍 두르자. 조금만 부으면 눌어붙는다.



***


"언니, 언니는 내가 안 귀찮았어?"

"안 귀찮았는데? 그냥 특이하고 귀여웠어."

"···특이?"

"어. 특이."


언니 그게 무슨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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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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