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 시선을 즐겼을까

by 새벽책장

재수종합반 시절 우리 반에는 일명 '예쁜이'라고 불린 아이가 있었다.

사실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 그 친구를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우리 반에 정말 예쁜 애가 있다는 말을 듣고, 누구누구? 하고 보니 그 친구였다는 정도.

친목보다는 입시를 위한 목적으로 다니는 곳이었기에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못 느꼈던 그때, 소현이는 딱히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학원은 1호선 주안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더라도 서울방향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인천방향으로 지하철을 타는 사람은 나와 소현, 둘 뿐이었다.

우리는 가끔 동행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렇게 청춘을 불태우며 입시 준비를 하던 가을, 어김없이 추석은 돌아왔고, 명절 기간 동안 학원에는 자습할 사람만 나와도 된다고 했다. 우리는 내내 놀기엔 눈치 보이는 재수생이었으므로 최소한으로만 짐을 챙겼다. 반면 소현은 그날 공부 거리를 한 짐 가득 챙겨서 들고 나왔다.

-왜 이렇게 짐을 많이 챙겼어? 추석에 학원 안 나올 거야?

-응, 명절 때는 학원 안 오게.

-그래? 집에서 공부가 잘 될까?

-학원보다는 낫겠지.

-응? 무슨 말이야?

-사실 나 학원이 좀 무서워. 그만 다닐까 생각 중인데 수능도 얼마 안 남아서 그냥 다닐까 싶기도 하고 모르겠어.

-왜? 무슨 일 있어?

-C 때문에.

-C? 안경 쓴 남자애?


소현은 그동안 C라는 남자애와 자꾸만 눈이 마주치는 상황에 기분이 언짢다고 했다. 공부하다가 고개만 들면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치는 일이 많아서 불편했는데, 계속 소현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C가 이제는 좀 무섭기까지 하다고 했다.

-와. 그런 일이 있었어? 걔가 널 무지 좋아하나 보네.

-근데 너무 무서워. 말을 거는 것도 아니고 계속 쳐다만 보니까. 불편하고 싫어.


당시에는 스토커니 사이코 패스니 그런 용어들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그냥 그 아이를 특이한 애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그 겨울 수능을 치르게 되었고 소현은 모 여대에 진학했다.

그 이후 소현과 딱히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그녀와 나는 가까워지기에는 거리감이 있었고 나와는 다른 세계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한 후 같은 대학에 진학한 재수종합반 친구 몇 명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까지 여자 친구 4명과 반장이었던 오빠, 총 5명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반장 오빠는 소현 이야기를 꺼냈다. 소현과 수능 이후에 영화를 같이 봤다는 것이다.

-어? 오빠가 소현이랑 친했어요?

-관심 있었어. 우리 반 남자애들 거의 소현이한테 관심 있었을걸?

-에? 진짜예요? 정말 몰랐는데, C 때문에 소현이가 불편해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다른 애들도 다 소현이를 좋아했다는 거예요?

-다는 아니고, oo누나랑 사귄 oo 이만 빼고, 거의 다 관심 있었을 거야.

-A는 여자 친구 있었잖아요?

-어. 그런데 A도 소현이하고 수능 끝나고 단둘이 저녁 먹었다고 하던데?


치열한 재수종합반에서 이런 연애사건이 있었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Y대를 다니다가 들어온 B라는 남자애는 종합반에 중간 입소한 애였다. 그 애는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그리고 테리우스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어서 솔직히 호기심이 일었다. 게다가 그 후 의대에 입학했으니 그 당시 엄친아라면 그 아이가 생각날 정도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수능이 끝나고 소현과 거의 사귀듯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도화살'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눈에는 평범해 보이는 친구였는데, 남자들을 그렇게 사로잡을 수 있다니, 심지어 소현은 남들 앞에 나서고 나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가 소현의 존재 자체를 5월쯤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응? 우리 반에 그렇게 예쁜 애가 있다고? 하면서.

출처 픽사 베이

소현은 그 이후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 생각이 난다.

여전히 남자들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고 지낼까, 아니면 그런 시선을 즐기며 지내게 되었을까.

안경을 쓴 C는 불편하고 싫었는데, 객관적으로 괜찮은 남자애들과는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썸을 탔다니, 어쩌면 소현은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싫어했던 건 아닌 것 같다.




사랑의 정의는 다양하다. 그것은 C에게도 사랑이었을 거다. B와는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알 길은 없다. 소현과 B도 사랑이었겠지.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사랑의 모습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나는 겪어보지 못한 삶이기에 한편으로 부럽고 한편으로 궁금하다. 남자들의 시선을 즐기는 삶이란 어떤 걸까? 나는 아마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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