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3살쯤 마트 문화센터에서 하는 유아 발레를 시킨 적이 있다. 그전에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트니트니 같은 놀이식 수업에 참여해 본 적이 있어서 그런 상황이 어색한 건 아니었을 텐데 수업 도중에 거울 앞으로 홀로 나가서 깡충깡충 토끼 흉내를 내거나 선생님 옆으로 가서 다른 아이들이 하는 걸 지켜보거나, 교실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걸어 다니거나 해서 몹시도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내 아이를 산만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놀이터에 가서도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 놀이기구도 안 타고 다른 친구들이나 언니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네들이 하는 말을 똑같이 따라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말이 참 빨랐는데, 이런 모습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언어에 관심이 많다며 좋게만 생각했다.
지금도 그런 편이다. 학원을 하나도 다니지 않지만 수학익힘책이나 단원평가에 나오는 문제를 모두 이해하고 혼자 푼다. 백점을 맞는 건 아니라는 게 함정이지만 문제를 많이 풀어보지 않아서 흔히들 하는 정도의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 애가 70점을 받아도 100점을 받아도 똑같이 대한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100점을 받았을 때 더 기뻤던 건 사실이고 70점의 시험지 앞에서는 아마 얼굴로 말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이가 4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처음 갔을 때에도 정신없게 구는 아이가 아니라서 꽤 잘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부모참여수업이 있던 5월의 어느 날, 나는 수업 시간 내내 발표도 하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만 하는 아이를 목격하고 깊은 한숨을 토했다.
생각해 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4년 동안 학부모상담에서 아이의 칭찬을 들었던 기억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발표를 잘하지 않는다, 는 피드백을 늘 들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아이가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조용한 ADHD도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우리 아이와 일치시켜 본 적은 없었다.
발레 콩쿠르 준비를 했고 대회에 6번을 출전했는데 아이는 발레에 소질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같이 한 친구들과 선생님 덕분인지 군무 부분에서 대상, 금상, 최우수상, 특상 등 6번 모두 상을 받았다. 아마도 자기가 발레에 꽤 소질이 있다고 착각할 것 같지만 지금은 착각 속에서 살도록 내버려두는 중이다.
그리고 어제는 발레학원 공개수업이 있었다.
선생님이 5명의 아이들 하나하나를 위해 준비한 상장을 원장선생님께서 직접 전달해 주셨는데, 아이들이 상을 받을 때마다 땡땡이는 정말 성실해요, 땡땡이는 진짜 소질이 있어요, 등등 좋은 말 퍼레이드시간 같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마지막으로 호명되었는데, "처음 왔을 때 산만해서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열심히 해서 콩쿠르도 나가고 실력도 좋아졌다. 좀 더 웃으면서 해봐라, 자 웃어봐. 크게 웃어봐." 라는 말을 아이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통에 나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참으로 아이는 다양하다. 우리 아이는 발레리나가 될 상은 아니지만 지금은 자기 효능감이 폭발해야 할 시기이므로 예쁘다, 잘한다 해주고 마는데, 굳이 산만하고 표정이 어색하다는 지적을 모두 앞에서 하는 게 교육적으로 올바른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팩폭이 굳이 필요하지는 않다. 특히 자아상이 형성되지 않았고, 어디까지 능력을 발휘할지 모르는 아이에게 말이다.
물론 발레나 축구나 피아노나 그런 것들은 타고난 게 크다고 생각한다. 김연아 이상으로 노력해도 모두가 김연아처럼 될 수는 없다. 타고난 것에 노력을 첨가해서 아이는 성장한다.
내가 만난 많은 아이들도 그렇다. 산만한 아이는 호기심이 많다. 집중을 못하고 꼼지락거리는 게 그 아이가 나빠서는 아니다. 물론 수업시간에 딴소리하고 돌아다는 건 안된다고 교육시키고 있지만, 솔직히 얼마나 힘들까.
몇 년 전 2학년을 맡았을 때였다. 귀엽고 조그마한 건이는 까불이 대장이라서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수업시간에도 급식시간에도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있는 시간과 떨어져 있는 시간의 비율이 비슷했던 아이다.
급식을 맛있게 먹고 있지만 엉덩이는 자꾸만 공중부양을 해대서 건이 뒤로 슬금 다가가, "건아, 엉덩이가 자꾸 떨어져? 앉아서 먹어." 했더니 건이는 정말이지 진지한 눈빛으로 "가만히 앉아있는 게 힘들어요."라고 했다. 앉아 있는 것보다 서 있는 게 더 편한 아이.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든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너무 다르다. 앉아서 조용히 뭔가를 하는 아이도 있고, 하루종일 뛰어내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주로 학교에서 칭찬받는 아이는 전자의 아이이고 후자의 아이들은 매일매일 혼이 나고 집에 온다.
그래도 나는 산만한 아이들의 장점을 안다. 알지만 교실에서 그러면 사실 화가 나긴 한다. 그러니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대놓고 너는 참 산만하구나,라고 말하지는 않을 거다.
너는 참 호기심 대장이구나, 너는 참 에너지가 넘쳐서 좋아, 해야지.
입에 발린 말일지라도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주는 것도 어른의 몫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