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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책장 Sep 20. 2024

Am I doing good?

초급한국어(문지혁)

 "그냥 계속 우쭐하고 싶었을 뿐이다. 소설 쓰기란 본래 그리 고상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소심하지만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일에 불과하다. 제임스 설터의 말처럼, '남들에게 존경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칭찬받기 위해, 널리 알려지기 위해 글을 썼다고 말하는 것이 더 진실할' 것이다."

소심하지만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 바로 나다.

아니 우리에게는 모두 유명해지고 싶은 인정 욕구가 있지 않은가. 그게 뭐 잘못이라고!


내가 잘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이고 그게 글쓰기고 책 읽기다. 가끔은 뜨개질을 하고 싶고, 또 가끔은 재봉틀을 돌리고 싶은데, 그걸로는 유명해지기 어려우니까 글을 써서 유명해지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어서 최근 시작한 일이 있다. 바로 유튜브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시작한 유튜브.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유튜브. 그걸 시작했다.

시작하는데 나이는 필요 없다는 것쯤은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주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러라지.


얼마 전 동학년에 신규 선생님이 발령을 받아 오셨다. 3월에도 신규선생님이셨는데, 새로 증설된 학급에도 신규 선생님이 오셔서 다른 선생님들이 괜찮냐고 물어주셨다. 안 괜찮을게 뭐람.

내가 그들을 가르칠 것도 아니고 솔직히 나는 그들의 사수도 아니고 그냥 동학년일 뿐인데. 어차피 학년일은 나 혼자 다 하고 있었으니 딱히 힘들게 없다.


그러나 나의 예상을 깨고 그녀는 자유분방한 교사생활을 보내고 있다. 미니스커트는 기본, 쇼트팬츠에 몸매가 다 드러나는 쫄티(?)

아이들에게 생일을 알려줬는지 아이들이 생일파티를 해주고(정말 묻고 싶다. 이게 괜찮은 건지. 내가 꼰대인지) 매일 아이들은 선생님을 위한 이벤트를 한다.

나는 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냥 놀고 싶은 거라는 걸. 놀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서 어떻게든 수업을 안 해보겠다는 얄팍한 술수라는 걸.

하지만 '신규교사'인 그녀는 그런 인기의 중앙에 서서 즐기고 있는 것만 같아 보인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흠흠.

내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중년의 나이에 애 둘 딸린 아줌마고 꼰대다. 그러니까 나의 시선으로 그녀를 판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머리로는 알겠는데 자꾸 마음으로 그녀를 규정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내가 옳다고 말하고 싶어 진다.


유명해지고 싶습니까? 이미 학교에서 그녀는 유명인이다. "그 반 선생님 너무 예쁘고 잘 놀아주고 게임도 많이 한대." 그녀는 교사로 유명해졌다. 인정욕구.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교사가 되는 것은 모든 교사들이 원하는 것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업을 하고 진도를 맞춘다. 시간이 남으면 어떻게든 즐겁게 복습하도록 블루킷으로 퀴즈대항전을 열고 파워포인트를 만든다.


나는 옳고 그녀는 틀렸나? 아니다. 어쩌면 그녀가 옳고 내가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문지혁 작가님의 초급한국어를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깔깔거리며 읽었다.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이제 중급한국어를 읽을 거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아이들도 즐겼으면 좋겠어서 나는 책을 읽는다. 같이 읽기도 하고 혼자 읽기도 한다. 읽어주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빌려오라고 닦달하기도 한다. 소설인 듯 에세이인 듯 작가님의 필력은 내 스타일이고, 나는 새벽기상 5년 차에 일 년에 100권도 넘는 책을 읽으며 브런치에 글도 쓰지만

만들고 싶었던 변곡점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책을 읽는다. 유튜브를 찍고 글도 쓴다. 살아온 지 반백년이 다 되어가지만 내가 이루고 싶은 일과 이루어 낸 일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는 여전히 어렵고 불혹이라니 말도 안 된다. 나는 여전히 무엇에든 혹한다.


그래서 나는 괜찮은가? Am I doing good?

안녕. Peace.


우리는 서로의 안녕을 묻고 나는 괜찮은지 안부를 물어준다.

3월에 발령 난 신규선생님은 이제야 좀 괜찮아 보이신다. 9월에 발령 난 신규선생님은 처음부터 괜찮아 보인다.

괜찮아요?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나는 여전히 존재감 없이 살아간다.

꼭 유명해져야 잘 사는 건 아니니까.

Q선생이 안경 속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으니까.

"유명한 게 중요한가요?"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내 수업은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냥 하루하루 인디스쿨과 밴드의 (훌륭한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며 즐겁게 웃고 최선을 다하면 되니까.


I'm doing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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