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여섯 글자가 사람을 한 순간에 구름 위로 솟구치게 만들 수 있다니. 말의 힘인지, 정신의 힘인지.
거의 1년 만의 자유부인 시간, 일명 자부 타임이다.
작년까지는 일한다고 자주 주어지던 나만의 혜택 같은 것이었는데, 휴직 중인 올해는 얄짤없다. 주중에 나 혼자 애들을 다 보는 것도 모자라 주말에도 캠핑에 따라가야 한다.
나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편한 집을 놔두고 왜 밖에서 잠을 자는 건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반면 고미 씨는 캠핑 중독자다. 온전한 우리 집도 없는데 캠핑카가 왠말이냔 말이다. 그래도 우리 부부의 케미가 잘 맞는 까닭은 "너의 취미를 인정하노라." 하는 나의 한없이 넓은 아량 때문이라고 우겨본다.
육아가 힘든 까닭은 시도 때도 없이 '내 선'안으로 침범하는 그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선을 넘어오는 것을 몹시도 못 견디는 사람인데, 가족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육아를 하며 깨달았다. 그래도 언젠가 우리의 선들이 온전히 자리 잡아 모두 함께 서로의 선을 지켜주는 훌륭한 4인 가족이 되길 바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뜨개질을 하면서 그동안 밀린 미드 "워킹데드"를 보았다. 좀비 아포칼립스 시대의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육아 아포칼립스의 나를 대체한다. 육아를 아포칼립스라고 말하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좀비 떼처럼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느새 다가와 나를 물어뜯듯이 바라보며 울고불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에게 나의 인간성의 끝판을 볼 수 있다. 아포칼립스 상황 속에서는 진정한 인간성의 단면을 목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린 에피소드를 다 보고 나니 새벽 1시다. 뜨개질하느라 손목은 아프고 밥은 챙겨 먹기 싫어 과일에 약을 먹었더니 속이 쓰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행복하다. 어디 이 행복과 속 쓰림을 바꿀쏘냐. 일요일은 늦잠을 잔다. 아침부터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호사도 누려본다.
행복한 마음은 점점 밀려나고 조급함이 서서히 들어선다. 마치 월요병에 시달리는 직장인처럼.
전화가 온다.
-1시간 후면 도착할 거야
-왜? 왜 이렇게 일찍 와? 점심 안 먹고 출발했어?
-응 좋지?
약 올리는 듯한 고미 씨의 전화를 황급히 끊고 또 빨리, 하고 싶지만 못했던 일을 찾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