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한 끼를 드립니다.

내 미역국에만 전복이 없는 이유

by 새벽책장

미역국을 사랑한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중환자실에 넣어놓고도 미역국은 잘도 먹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 미역국을 예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예시는 없어서 한 줄 넣어본다. 물론 눈물 젖은 미역국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미역국은 그렇게 먹어대는데도 질리지 않고 쉽게 휘리릭 할 수 있는 요리가 되었다.

나를 닮아서인지 우리 집 2호는 전복 미역국을 참 좋아한다.

고기는 질겨서 다 뱉어버리는 그가 전복만큼은 꼭꼭 씹어서 꿀꺽 잘도 먹는다.


어제도 전복 미역국을 끓였다.

아이들에게 한 그릇씩 배분한다. 전복이 듬뿍 담기게 전복과 미역을 잘 건져 넣는다.

다음으로 내 것도 그릇에 담는다. 국자로 휘휘 저어 전복이 걸리지 않게 미역과 국물만 정확히 담는다.

셋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전복을 안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작은 조각 하나가 미역 사이에서 까꿍 하고 쳐다본다. 0.1초 정도 망설였다. 이걸 둘째 그릇에 넣어줄 것인가 말 것인가.

아니다. 그의 미역국에는 전복이 많이 들어있었다. 전복만 급히 건져먹은 그릇에는 이미 미역만 남아있긴 하지만, 배속에는 전복이 수북이 쌓여있을 것이므로, 내가 먹기로 한다. 빼꼼히 얼굴을 내민 작은 전복 조각을 호로록 입안으로 집어넣는다.

KakaoTalk_20221215_073522696.jpg 내가 끓인 전복 미역국





휴직을 하고 가장 그리운 것은 (미안하게도)점심식사이다. 조화로운 영양소로 영양사님과 조리사님이 정성껏 만든 매일의 점심. 맛있는 반찬이 나오는 날은 그 짧고도 정신없는 점심시간이 무진장 행복했다.


언젠가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조사해서 발표하던 날이 기억난다.

한 아이가 의기양양하게 손을 번쩍 든다. 그 아이는 항상 발표를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저희 엄마는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대요.

8살짜리들이 뭘 알겠는가. 그 말에 나만 혼자 빵터져서 깔깔거리니 선생님 왜저러나 하고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빛이 떠오른다.

KakaoTalk_20221215_134403511.jpg



언젠가 고기가 살짝 탄 부분이 있었다. 우리집 둘째는 "이거 탔으니까 엄마가 먹어."라는 말을 참으로 해맑게도 했더랬다.

엄마의 밥상은 다 그런가보다. 좋은걸 너 먹이고, 남은 것만 먹는다.


어른들은 늘 말씀하신다. 잘 먹어야 한다고. 밥심이라고. 사실 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 거 아니겠느냐고.

이제 나를 위해 누군가가 밥을 해주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챙겨야 한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나를 위해 점심에 삼겹살을 구울 것이다. 마늘을 듬뿍 올려서.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KakaoTalk_20221215_134741979.jpg 작가의 서랍에 글을 넣어두고 삼겹살을 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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