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역국에만 전복이 없는 이유
미역국을 사랑한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중환자실에 넣어놓고도 미역국은 잘도 먹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 미역국을 예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예시는 없어서 한 줄 넣어본다. 물론 눈물 젖은 미역국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미역국은 그렇게 먹어대는데도 질리지 않고 쉽게 휘리릭 할 수 있는 요리가 되었다.
나를 닮아서인지 우리 집 2호는 전복 미역국을 참 좋아한다.
고기는 질겨서 다 뱉어버리는 그가 전복만큼은 꼭꼭 씹어서 꿀꺽 잘도 먹는다.
어제도 전복 미역국을 끓였다.
아이들에게 한 그릇씩 배분한다. 전복이 듬뿍 담기게 전복과 미역을 잘 건져 넣는다.
다음으로 내 것도 그릇에 담는다. 국자로 휘휘 저어 전복이 걸리지 않게 미역과 국물만 정확히 담는다.
셋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전복을 안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작은 조각 하나가 미역 사이에서 까꿍 하고 쳐다본다. 0.1초 정도 망설였다. 이걸 둘째 그릇에 넣어줄 것인가 말 것인가.
아니다. 그의 미역국에는 전복이 많이 들어있었다. 전복만 급히 건져먹은 그릇에는 이미 미역만 남아있긴 하지만, 배속에는 전복이 수북이 쌓여있을 것이므로, 내가 먹기로 한다. 빼꼼히 얼굴을 내민 작은 전복 조각을 호로록 입안으로 집어넣는다.
휴직을 하고 가장 그리운 것은 (미안하게도)점심식사이다. 조화로운 영양소로 영양사님과 조리사님이 정성껏 만든 매일의 점심. 맛있는 반찬이 나오는 날은 그 짧고도 정신없는 점심시간이 무진장 행복했다.
언젠가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조사해서 발표하던 날이 기억난다.
한 아이가 의기양양하게 손을 번쩍 든다. 그 아이는 항상 발표를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저희 엄마는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대요.
8살짜리들이 뭘 알겠는가. 그 말에 나만 혼자 빵터져서 깔깔거리니 선생님 왜저러나 하고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빛이 떠오른다.
언젠가 고기가 살짝 탄 부분이 있었다. 우리집 둘째는 "이거 탔으니까 엄마가 먹어."라는 말을 참으로 해맑게도 했더랬다.
엄마의 밥상은 다 그런가보다. 좋은걸 너 먹이고, 남은 것만 먹는다.
어른들은 늘 말씀하신다. 잘 먹어야 한다고. 밥심이라고. 사실 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 거 아니겠느냐고.
이제 나를 위해 누군가가 밥을 해주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챙겨야 한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나를 위해 점심에 삼겹살을 구울 것이다. 마늘을 듬뿍 올려서.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