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해서 우리 집에 구피 2마리가 이사를 왔다. 구피는 많은 가정집에서 키우는 관상어의 일종이다. 키우기가 쉽고, 번식도 잘해서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살아있는 생물은 더 이상 키우고 싶지 않았다.
우리 집을 거쳐간 생명들은 여느 7살짜리 남자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그러하듯 "매미, 방아깨비, 잠자리, 개구리, 장수풍뎅이, 누에" 이 정도 된다.
현재는 털이 심하게 빠지는 장모치와와(그의 이름은 초코)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털이 빠져봤자 개지."라는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털갈이를 1년 365일 내내 하고 있다. 그의 뒤치다꺼리는 꽤나 힘들다.
작년 여름이었다. 서해안 펜션에서 남편은 '도둑게'라는 애를 잡아왔다.
왜 굳이 잡아 '오냐'고. 나는 모르겠다고,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처음 몇 번은 밥도 갈아주고 유지가 되는가 싶었다. 그때는 여름이었기에 나도 종종 들여다봤는데,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나의 마음도 안일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걸레질을 하는데 탁자 위에 하얀 가루가 떨어져 있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닦다 보니, 기절 초풍할 노릇을 발견했다.
도둑게를 담아둔 리빙박스에서 초파리 구더기들이 마치 눈이 녹은 지붕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듯 뚝뚝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걸 본 순간 나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남편은 2주 후에나 집에 돌아온다.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아이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울다가 들키면 더 크게 울어버리게 되는 아이러니.
-얘들아 엉엉 엄마는 세상에서 구더기가 제일 싫어. 어떡해 엉엉 흐어어엉.
아이들 앞에서 눈물 콧물을 쏟아냈다.
더 이상 우리 집에 어떤 생명체도 들이지 않겠다,는 나의 선언은 철저히 무시된 채 구피 2마리는 초파리 구더기를 번식시켰던 바로 그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구피어항에서는 최소한 구더기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조금은 안심한 채, 나는 가끔 생사확인만 해줄 뿐이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 구피 어항에 새로운 생명체가 생긴 걸 발견했다. 너무 놀라지는 마시라. 구더기는 아니니까. 그것은 바로 그들의 사랑의 결실, 아기 구피였다.
아기를 발견한 순간 내 마음은 마치 사람 아기를 본 것처럼 말랑말랑해지고 말았다. 아기는 한 마리였다. 분명 성어들이 치어를 잡아먹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고 들었다. 급했다. 저 아이를 살려야 한다.
작은 그릇으로 아기를 들어내보려 했으나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 것이 건강하기도 엄청 건강한가 보다. 아기를 분리하고 먹이를 준 후 작은 수초모형도 아기 어항에 넣어주었다.
다시는 우리 집에 생명체는 없다고 선언했던 나는 새끼 구피를 바라보며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를 빌고 있다.
역시 생명이 주는 신비로움의 대가는 인간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나 보다.
한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성어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품고 한참을 째려봤다.
배가 통통한 것이 의심이 확신이 된다. 그래도 그것이 자연의 이치라면 할 말은 없다만.
초파리도 번식하기 위해 알을 낳았을 뿐인데, 인정사정없는 집주인을 만나 전멸을 당했으니 조금은 미안해해야 하는 걸까? 구피 한 마리에 이렇게도 기분이 붕 뜨는데, 초파리에게는 조금만 미안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