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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책장 Dec 30. 2022

나는 한 때 빵이 싫었다.

브레드 말고-

운전 초보 시절, 좌회전 차선의 맨 앞에 서있었다. 나는 맨 앞이 싫다. 너무 뒤는 신호가 바뀔 수 있으니 사양하고, 두 번째나 세 번째가 괜찮다.


초보라서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전방주시'만 했다. 옆 차를 슬쩍 볼 여유도 없다.

내 앞에 초록불이 들어왔고 순간 뒤에서, 아니면 옆에서 빵- 소리가 들렸다. 나에게 을 주는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좌회전을 했다. 내가 좌회전을 하고 나서 반대차선의 차들이 직진을 했다. 0.1초 차이로 사고를 면했다. "나 죽을 뻔했어. 죽을 뻔했어."를 백 번쯤 말하며 출근을 완료한 나의 겨드랑이는 물바다였다.


이후 나는 에 연연해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트라우마? 빵소리만 들려도 "어디야, 누구야, 나야?"라는 마음속의 외침과 함께 내 신호를 다시 확인한다. 신호를 확인하기 전에 핸들먼저 돌리지 않는다. 절대.


운전을 하다 보면 어디선가 을 줄 때 나에게 주는 건지, 다른 사람들끼리 주는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럼 나는 무척 신경 쓰인다. 솔직히 나에게 을 줘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내가 교통질서 속에서 그렇게 큰 트러블 메이커만 아니라면 말이다.

남편이 운전 연수를 해줄 때 가르쳐 준 게 있다. 사람에게는 을 주지 말 것.

아무리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사람이 지나가는데 빵을 날리면 걷고 있던 사람이 놀라서 오히려 뛰거나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얼마 전, 나는 또다시 좌회전 차선에 서있었다. 보행신호가 들어왔고, 중학생쯤 되는 친구가 핸드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순간 내 옆차선에 서있던 차가 빵-빵-빵-경적을 심하게 울렸다.

-도른 자인가. 미쳤나. 지금 보행신호라고요.

길을 건너던 학생도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내 옆 차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3차선에서 진짜 도른차가 쌩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겠는가.

내 옆차가 사이드미러로 속도를 내며 달리는 옆 차선의 차를 보고 학생에게 경고를 했던 것이다.

학생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끔찍했다.

사람에게 날려도 좋은 은 이런 이다.




이후 나는 무조건 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경고는 꼭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누군가 나에게 충고를 건네는 것을 참으로 싫어하게 된다. 아니, 나이가 어려도 충고를 기쁘게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 그 속에는 "나의 잘못과 결함"이라는 전제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잘못한 후에 충고하는 것보다는 잘못이 일어나기 전의 조언이 더욱 효과적이다.

아이를 양육할 때도 잘못한 순간에 가르치기보다 평소 기분이 좋을 때 삶의 가치와 마음가짐을 꾸준히 이야기해주라고 한다. 잘못이 일어난 후에 아무리 빵빵거려도 기분만 나쁠 뿐인 경우를 우리는 허다하게 보지 않는가. 빨간색 경차의 운전자분이 사고가 일어난 후에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듯이 말이다.


그나저나 보행신호도 무시하고 급하게 지나갔던 빨간색 경차는 급똥이었을까. 아무리 급똥이어도 똥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걸 인식하고 도로로 나와주시기를.

초보시절 나처럼 다행히도 사고를 면했으나, 그 이후 트라우마가 되셨기를. 그래서 신호를 철저히 지키는 모범 운전가 되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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