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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책장 Jan 29. 2023

알록달록한 세상은 있다

근데 재준아, 너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


-겨울 하면 무슨 생각이 떠올라요?

-하얀색

우리는 동시에 대답했다. 참 천편일률적인 대답이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하얀색일까.

세상은 누구에게나 같은 색이 아닌 건 평등한 걸까, 불평등한 걸까. 애초에 평등이라는 게 존재하기나 했을까.




브런치에서 오늘 담담한 글을 한 편 보았다. 아니 그녀의 글은 마흔여덟 편이었다. 글을 전부 보았는데, 너무 담담해서 슬펐다.

그러고는 어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봤다. 이런 글 따위 그녀가 읽지는 않겠지만 마음이 안 좋았다. 장염이 아직 낫지 않은 걸까. 아침에 먹은 걸 다 토하고 싶어졌다.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글을 읽는데, 그녀와 나는 결혼했던 시기가 며칠차이로 비슷했다. 괜히 반가웠다. 그렇지만 글 속에서 보이는 그녀는 현실에서 만났다면 전혀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것 같은 삶의 모습이었다.

나는 어제 결혼 십 주년이 된 우리 부부의 행복에 대해서 글을 썼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던 그녀는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심정으로 글을 쓰는 걸까. 그녀가 글을 계속 썼으면 좋겠다. 자신의 가진 것들을 글로 다 토해버렸으면 좋겠다.


누군지도 모르는 타인의 글이 이렇게도 마음이 쓰이기는 처음이다.

그냥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아도 힘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나는 무신론자다. 원래 나는 모태신앙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신론자다. 나는 내가 무신론자라고 말하면서 항상 코끝이 시큰거린다. 아마도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게다. 그냥 원망이 한가득 있어서 그렇다.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화가 났을 때 투정을 부리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어린아이의 마음에는 부모를 미워하는 마음은 정녕 없지 않은가. 그냥 화가 났으니 알아달라는 신호일뿐이다. 알면서도 나는 무신론자다.

그때, 나는 화가 났다. 왜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이런 고통을 주는 건지, 누군가에게로 화살을 돌리고 싶었다. 그 화살이 나 말고 타인들에게로 돌아갔다. 

나는 자식을 잃었다. 첫째 아들이었다. 아이를 낳았는데 백일도 안 돼서 가버렸다. 다른 여자들은 애들만 척척 잘 낳고 사는데 왜 나만, 나만 이런 거냐고. 악다구니를 썼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그래서 나는 괜찮은 척 살고 있는 것 같다. 모두가 행복한 글을 쓰고 희망을 노래하는 듯 보여도 내면에는 아픔이 있을 거다. 그리고 이건 내 탓이 아니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어야 살아지더라.



그런데 그녀는 모든 화살을 자신에게로 쏘아대고 있다. 차라리 나처럼 남을 탓하고 신이라도 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을 더 이상 상처 입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가 내 동생이었다면 때리고 화를 내고 야단을 쳤을 것이다. 그건 그녀의 글을 보지 못한 현실의 언니라면 그랬을 거라는 거다. 그녀의 글을 보았으니, 나는 그녀를 야단칠 수 없다. 그냥 가슴이 아프다. 같이 붙들고 울고 싶다.


정말 신 따위는 없는 걸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아픔과 고통이 따른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 고통의 경중이 사람마다 너무 다르다.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 다르다. 누구에게는 발가락의 상처쯤이 아픔이고 누구에게는 다리가 잘려나가는 아픔을 주는 게 왜 공정한 신이라는 걸까.




드라마 속 재준이는 타인에게 고통을 주며 세상을 회색으로만 살아가지만, 현실에 사는 그녀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며 알록달록한 세상을 못 본다. 차라리 타인에게 고통을 전가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이기적이어야 살아갈 수 있다. 아무래도 그렇다.


이렇게 나조차도 어제는 조증, 오늘은 울증을 넘나 든다. 너만 그런 게 아닐 거야.

남의 불행한 이야기를 보고 행복을 찾기도 한다지만, 나는 그런 부류는 아닌가 보다.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니 같이 웃었으면 좋겠다.


한없는 고통에도 평생이 회색으로만 칠해지지는 않더라. 때로는 노랑이 되었다가 때로는 초록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때로는 이렇게 한없이 까맣거나 회색인 날도 물론 있다.

고통을 계속 안고 살면 알록달록한 세상을 더 이상 못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화내기를 멈췄으면 한다. 너도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세상.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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