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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Lim Feb 19. 2017

완벽한 시간을 보내고 오겠다는 소망

후쿠오카 여행 첫째 날.

2017년 2월 18일 출발.

책 읽고 있는데 도움주고 있는 이 빛은, 2017년 2월18일 오후 6시25분 경 인천과 후쿠오카 사이 어디선가 만난 그 날의 석양빛. 석양빛은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했다.






작년에 너무 지쳐 거희 홧김에 예매했던 도쿄행 티켓덕분에 일본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이후로 항상 일본을 꿈꿔오다가 올 2월에 후쿠오카로 놀러갈 기회가 생겼다.


딱히 누가 있어서 놀러가는건 아니고, 일본에서 일하면서 살던 친구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기전에 여행을 하는데, 그것에 때를 같이 맞추는 것이다.


옛날의 나에게 여행이란 굉장히 철저한 준비를 거친채 가서 '완벽한 시간'을 보내고 오겠다는 소망으로 점철된 그 무엇이었다. 한 달 전부터 최고의 루트를 짜고, 그 루트가 망가질 경우를 대비하여 차선책에 차차선책까지 세우곤했다.


일전에 유럽여행했을 때와 미국에서 교환학생 시절 그렇게 했었는데, 뭐 유럽여행 당시야 어리기도 어렸거니와 첫 해외여행이라 계획을 세세하게 짠 편이었다. 미국에서는 '서부 로드 트립(비록 렌트카였지만)'이 항상 로망이었기에 그걸 완벽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에 세세하게 짰었다.


그렇게 루트를 짜고, 루트대로 움직이는게 나에게 여행이었는데, 교환학생 막바지 즈음하여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의 집에 자주 머물게 되었다. 학교로 왔다갔다하긴했지만 교환학생 막바지 6개월 가량 중 2개월을 뉴욕에서 머물렀다.


처음에 나에게 뉴욕은 '관광지'였다. 이 어마무시한 곳! 세상의 중심! 타임스퀘어! 이곳에 내가 올줄이야! 타임스퀘어에서 오페라의 유령이라니! 맙소사! 자유의 여신상! 와! 내가 뉴욕 상공을 비행기 타고 보다니(친구가 비행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 뉴욕 시가지 도는 조종연습 때 뒷자리에 낑겨탈수있는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모든게 처음이고 신기한, 그저 외부에서 어떤 도시를 바라보는 입장이었는데 내가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친구들도 일상을 영위해야했고 나도 다른 무언가를 해야했다. 그래서한게 친구들의 일상을 따라가기. 친구의 학교를 따라가보기도 하고, 뉴욕 우드사이드 모처에 있는 친구의 집에서 짱박혀있기도 했다. 친구들을 따라 32번가로 술을 마시러 놀러가기도 했었고, 거기에 있는 어떤 바에있는 가드형님이랑 주먹인사를 하기도 했었다. 친구 집 근처에 있는 엄청 큰 헬스장에 가서 비지터 등록을 하고 며칠 운동을 하기도 했었다. 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여행지'에서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편하고 행복할 수 없었다. 내가 어딘가에서 살아야지! 예를 들어 독일에 가서 살아야지. 미국에 가서 살아야지. 하면 준비해야할게 너무 많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 거기서의 생계를 해결할 수단을 마련해야하고, 내 삶의 목적과 부합하는 곳인지도 따져봐야하고, 뭐 여튼... 어딘가에 가서 '산다'는건 많은 생각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여행'이라는걸 통해 다가가게 된다면 한결 더 쉽고 편해진다. 여행을 가서 관광지만 둘러보고 다른 관광객들이랑 같이 바글바글 있는 것보다, 어느 마음에 드는 동네를 찾아 거기에 숙소를 잡고, 그 주변을 둘러보는 것부터를 여행으로 삼는 것. 동네맛집을 직접 찾아보거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웃으면서 물어보곤하고, 그 동네에서 '산다'는 느낌으로 돌아다니는 것. 여행은 살아보는거야라는 에어비앤비의 카피처럼, 가서 사는 것이 너무 좋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도 지난번 도쿄여행과 동일하게 계획되어있는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너무 즐겁다. 가서 뭐든 할 수 있고, 내가 방문하는 모든 곳이 나에게 있어서 나만의 '관광지'가 될 것이고, 나만의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소소한 목표가 있다면 지난번 도쿄여행에서 나에게 큰 재미를 안겨준, '구글 맵에 사진 올리기'를 통해 또 조회수 1위를 찍어보는 것이다. 지난번에 하치상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우연찮게 잘 찍혀서 조회수가 33만이 넘어가며, 구글에서 하치상을 검색하면 내 사진이 뜨는, 정말 정말 즐거운 일이있었다. (지금은 아마 다른 사진으로 대체된듯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냥 사진이 아닌, 정말 내 눈으로 보는 내 생각의 사진을 찍고 내 생각의 영상을 담아보고싶다. 물론 그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내 눈으로만 그 순간을 담을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러 일 때문에 기껏 5박6일밖에 살아보지 못하지만,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잘 준비가된다면, 잘 완료가 된다면 내 꿈은 이거다. 내가 가고싶은 곳 가서 3년씩 살아보기. 일단은 일본 3년, 독일 3년, 미국 3년이 있다. 또 어딘가 있을법한데, 음... 너무 좋은 후보지가 많아서 행복한 고민이다. 물론 이 시간들을 함께할 동반자를 만난다면 더욱 좋겠지만, 글쎄 사실 옜날에 이런 이야기 꺼냈다가 소개팅에서 까였던 기억이 있어서!

아~ 나는 내가 가는 모든 곳에서, 그 곳의 절반만 보겠다라는 원칙이 있고 지금도 그걸 지키고있는데 (하다못해 서울도 지금 절반도 못가봤다.) 그 이유는 나머지 절반 정도는 나의 평생의 동반자와 함께 '처음' 가보는 경험을 나누고싶기 때문. 아직 보스턴도 절반 남았고 뉴욕도 절반 남았고 절반 남은곳이 너무너무 많다~~


뭐 어찌되었든, 올 해 나에게 마음의 아지트를 한 군데 더 선물하게 해줄 후쿠오카 여행. 지금부터 시작이다. 완벽한 순간을 보내고 오겠다는 소망이 아니라, 일상을 보내고 오겠다는 소망. 내 일상은,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진심을 다하고 진실되게 행하는 순간부터 이미 완벽한 것일테니까.







여행가방 챙기는데 뀨니와 뀨뀨니가 초롱초롱하게 쳐다보고 있길래 케리어에 숨겨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타이밍과 구도이다. 여행가려고 모든 준비를 마친 나. 그리고 나의 두 발.







묘하게도 오늘 여행의 출발은 회색회색했다. 그레이그레이... 그레이색이야...









이것도 나에게 어느정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데, 액션캠을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저 손목밴드를 차면, '난 여행중이다'라고 확정받는 기분이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여행하는 기분이 종종









으음~ 출국전 점심이 커피빈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라니~ 공항에도 순대국밥집있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의 책. 난 늘 여행시마다 책을 최소1권 챙기는데, 이번 여행은 동반자가 있는 여행이라 딱 1권만 챙겼다. 내가 제일좋아하고 이미 몇번이나읽은책이지만 ><










나는 예전에 전화할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 없다.










석양 너 덕분에 너무 따뜻하게 비행했어 감사스루





* 여행 중 혹 기억에 남을만한 일들이 더 있으면 글로 써 올리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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